학교 폭력의 민낯

by 달리아

자살 시도를 했다가 그 현장에서 구조된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다.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냈는데, 상담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엔 아이에게 학교를 그려보라고 하니 온통 검은색인 건물과 사람들을 그렸다. 그림만 봐도 숨이 막히고 답답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아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다시 학교로 가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냐는 나의 질문에, 아이는 자신이 그렸던 그림 속에 그렸던 자신 옆에 두 명의 사람들을 더 그렸다. 자신을 믿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는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 시도를 하고서야 역으로 비로소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그전에 자신은 마치 투명인간이나 그림자처럼 없는 사람 같았다는 것이다.

hands-5216585_1280.jpg 어둠 속에서 손을 내민다는 것 @픽사베이


자신이 좋아하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본능이다. 그것이 좌절될 때에 누군가는 삶이 끝난 것만 같은 막막함과 절망을 느낀다. 그 상처로 인해 평생 자신만의 방에 갇혀서 나오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만났던 아이처럼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모에게서부터 독립하여 또래 집단과 친구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에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학교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학년 초가 되면 주로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무리를 짓는데, 그러다가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마음이 틀어질 때 주로 문제가 생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울려 다니는 무리들마다 서열이 정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학급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친구들이 교실에서 약한 아이들을 골라서 괴롭히거나 착취하기도 한다.


최근 보도되는 뉴스처럼 학교 폭력도 날이 갈수록 잦아지고, 잔인해지고 있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시리즈물인 ‘글로리’에 나오는 복수는 말 그대로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학급 폭력이 왜 일어나고 이를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관련 문제들이 급증하다 보니 이를 하고 수습하느라, 근원적인 문제까지 살필 시간이 없다. 마치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산불을 진화하느라, 불씨를 막을 여력이 없는 것과 같다.


요즘엔 학교 폭력 신고와 접수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들의 문제가 어른들 간의 감정싸움이나 갈등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 어떤 학급에서는 학부모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킨 학생을 두고 자신의 아이에게


“그 아이 곁에 가지도 말고,
혹시 그 아이가 너나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문제 행동을 하면 핸드폰으로 찍어와.”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를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는 순간, 교실 내에서는 ‘가해자-피해자’ 구도가 생기고, 분열과 대립은 커진다. 사실 아이들은 치열하게 다투고 싸우고 난 직후에도 뒤돌아서면 서로 웃으며 함께 노는 경우도 많다. 학교 폭력 사례를 보면, 아이들은 여러 갈등 후에도 다시 잘 지내는데, 그것이 부모들의 싸움으로 번져 법적인 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생긴다. 학령기는 아이들에게 있어 여러 지식뿐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거리와 지켜야 할 것들을 한창 배워나가는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서로 화해하고, 배워나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너무 방관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연락이 안 된다던지 가정 내에서의 폭력이나 학대, 방임이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비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비행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중독에 빠지거나, 친구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고통을 해소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 어른인 우리는 아이들이 일으키는 문제 속에서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심은 가지되 아이들의 세계와 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대신 해결하려고 나서는 순간,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힘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방관자가 되어서도 안된다. 모든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을 보다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고, 지지하는 존재가 되어주어야 한다. 마치 우리가 다리를 다쳤을 때 잠시 의지해서 걷는 목발처럼 아이들이 힘들 때엔 잠시 부축을 해줄 수도 있지만, 결국엔 아이들이 회복하여 혼자 잘 서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지나친 관심과 방관의 사이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절한 때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team-spirit-2447163_1280.jpg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교사와 학부모 간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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