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면서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소화시키는 편인데, 한동안 글 쓸 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최근에는 학교 폭력 연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부모연수 등을 진행하며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내가 만났던 한 초등학생 아이는 프로그램 중에 단 음식을 계속 먹었다. 또래에 비해 덩치는 컸으나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로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러던 아이가 종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라고 하자, 가위를 가지고 와서 종이를 오리다 갑자기 가위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돌변을 했다.
침까지 뱉으며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아이에게, 심호흡을 하며 몸의 감각을 느껴보게 하자 아이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하고 맑은 얼굴을 되찾았다.
'누가 이 아이를 이토록 병들게 했을까?'
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고 가슴이 아렸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증상들은 결국 어른들에게서 오는 것이기에, 나 또한 어른이기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처럼 병든 사회와 세상에서 아프지 않은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때때로 지칠 때면 사랑으로 두터웠던 마음이 각박해지고, 어딘가 성나 있고, 예민해져 날을 곤두 세우게 되었다.
마음이 아픈 이들을 만나는 상담자의 소진과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꼈던 터라 나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돌보는 방법으로 자연의 품에 뛰어들었다.
몇 주전엔 아이들과 제주로, 오늘은 지리산이 에워싼 구례로 떠나왔다. 자연 속에 있자니 따뜻한 햇살, 맑은 공기, 맑은 물이 주는 힘이 새삼 더 크게만 느껴진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웃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다 보니, 금세 마음이 다시 차오른다.
불안감으로 빨라졌던 심장 박동과 우울감으로 얕아졌던 호흡은 점점 더 깊어지고, 내 안팎의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마음이 느긋해지며, 나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난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왔던 아이들을 자연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그대로 안아주었던 자연의 품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머니 산이라는 지리산을 마주 보고선, 더 품어주지 못해 내내 가슴에서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지금 느끼는 온전한 평안을 보낸다. 이 기도가 굽이굽이 메아리쳐서 흔들리고 요동치고 깨지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안아주기를...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