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맨발 걷기나 어씽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집 주변 공원이나 산 등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어씽(erathing)은 우리의 몸을 지구와 연결시키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접지라고도 불린다.
교통사고 이후 삼차신경통 등 여러 통증을 겪으셨던 아버지는 수술 이후 매일 어씽을 하고 계신다. 맨발 걷기도 하시고, 흙 속에 발을 깊이 넣고 나무처럼 서 계시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아버지는 건강을 많이 회복하시고 일상생활을 잘 이어가고 계신다.
최근엔 겨울철 드러난 강변의 모래사장을 걸으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그곳에 함께 가보게 되었다. 마을 분들이 함께 돌을 치우고 모아 만드신 길이었다. 강바닥에 있던 고운 모래는 겨울의 햇살에도 데워져 따스했다.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과 얕게 흐르는 강에 어울거리며 빛나는 윤슬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빈 컵으로 모래놀이도 하고, 동네분들과 인사도 나누며 함께 어씽도 했다. 아이들은 어씽을 하다가 큰 돌에 앉아 쉬기도 하고, 작고 예쁜 돌을 찾기도 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이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지구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 마음껏 웃고 자유롭게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기쁨으로 차올랐다.
그렇게 아이들과 어씽을 하다 보니, 결혼 전, 프랑스의 평화공동체인 플럼빌리지에서 걷기 명상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발바닥으로 지구 어머니에게 키스를 한다고 상상을 하며 걸어보세요.
라고 하셨던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어씽을 하다가 한자로 '소원탑'이라고 적힌 돌을 보고, 무슨 글씨냐고 내게 물었다. 어씽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드신 분 중 한 분이 쌓고 계신 돌탑들이었다. 하나하나 돌을 쌓으시면 어떤 소원을 비신 걸까? 그건 아마도 모두가 건강하길 바라는 기도가 아닐까 짐작하며, 아이들과 함께 그 기도에 마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