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무너진 것들을 다시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졌을 때, 나는 그 조각들을 부여잡고 때로는 절망하고 아파했고, 때로는 애도하고 흘려보내며 그 가운데에서 결코 부서질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났다. 온몸으로 아픔을 겪을 때마다 나를 건져준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자각과 고통의 연대였다.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라는 책을 쓴 요한 하리는 우울증의 원인을 의미 있는 일과의 단절, 타인과의 단절, 삶의 의미로부터의 단절, 자연으로부터의 단절, 안정된 미래로부터의 단절 등 '단절'로 꼽으며 '끊어진 모든 것은 비명을 지른다.'는 표현을 썼다.
나 역시 우울증을 앓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고립감, 단절감이었고, 타인의 고통과 연결되고, 연대하면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양극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코로나 펜더믹 등 전염병이나 기후 위기 등의 상황 속의 단절은 불안과 우울을 심화시킨다. 이처럼 널뛰는 세상과 흔들리는 사회 속에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내가 아픈 것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나 잘못 아니라는 것을, 목소리 높여 말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고, 또 고맙다.
극심한 우울증 이후에도 나는 몇 차례 어둠의 골짜기 같은 시간들을 건너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끊어졌던 부분을 다시 잇고 연결한다. 불안이나 우울 안의 상처들을 직면하고,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돌아보고, 흙을 밟으며 풀내음을 맡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주변 이들의 친절과 사랑은 내게 아래의 시의 구절과 같은 빛의 격려가 되어주어 왔다.
장미는 어떻게
심장을 열어
자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어주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빛의 격려 때문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 하피즈
물살은 나날이 거세고 빨라진다. 오징어 게임에서처럼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극한 경쟁의 사회는 모두를 불행하고 아프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승자조차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잔인한 시스템이다. 그 거대한 흐름에 삼켜지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더욱 상처와 우울과 고통의 뿌리를 드러내며 풀뿌리처럼 서로를 꼭 붙잡아야 할 것이다. 이는 어둠에서 빛으로 함께 나아가며, 함께 울고 또 웃으며 가슴을 열고 감각을 깨우며 나와 서로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어둠의 계곡을 지나갈 때마다, 내 아픔에 귀 기울여주고,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가슴의 빛 온기를 나눠주고, 내 이름을 노래처럼 불러주던 다정한 이 이름과 얼굴들을 기억하며, 나는 모두가 아름답고 풍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가 되는 길을 꾸준히, 꿋꿋이 걸어갈 것이다. 이 글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햇살 같은 빛의 격려가, 다시 삶을 세워갈 수 있는 흙벽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마음을 담는다.
지푸라기
-정호승-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