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 '영혼의 어두운 밤'

by 달리아

우울증을 겪고, 또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우울증의 원인과 의미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찾아왔다. 정신과에서 얘기하듯 그 원인이 단순히 세로토닌이나 호르몬 이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햇볕을 쬐며 걷기나 식단 조절 등 실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울증의 상태에서 외출을 한다거나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약을 먹었을 때에는 우울한 감정뿐 아니라, 여러 감각이나 감정들이 함께 둔해지고 마비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병든 닭처럼 하루 종일 졸리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의 여러 층위에서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탐구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것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에서 나온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 등으로 유명한 교육자이자 사회 운동가인 파커 파머는 자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몸소 느낀 것들을 전하며,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


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나답게 살기를 원하는 친구가 '나를 파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돌려세워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지려는 최후의 노력'으로, 내가 외면하지 않고 들을 수 있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린 것

이라는 설명에 나는 깊은 공감이 되었다. 실제로 나 역시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이 터지고나서야 모든 것을 멈추고, 내가 진실로 원하던 것과 삶의 방향을 다시금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표현도 온 몸과 가슴에 와닿았는데, 이는 16세기에 십자가의 성 요한이 수도원에 감금되어 고문을 받는 힘든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영적으로 거듭난 뒤 쓴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

힘들었던 순간마다 읊조리고, 외우며 기도했던 성경의 욥기 23장 10절의 구절을 통해서는 여러 고통과 우울증이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단련시켜주는 연금술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나비가 변태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애벌레가 번데기 안에 들어가면 다 녹아 액체처럼 되었다가 다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며, 작고 어두운 번데기 속에서 거듭나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이 내가 겪어왔던 우울증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우울증에 다양한 의미와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고통과 우울증에 대한 나의 태도나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고, 나는 그를 통해 계속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자인 융이 '진짜 자신이 되는 개성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둠의 시간을 거친다.'라고 했던 것처럼, 누구나 그런 '영혼의 어두운 밤'을 맞이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너무나 아프고, 우울하고,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가짜가 아닌 진짜의 나로, 거짓이 아닌 진실한 삶으로 나아가는 영혼의 밤을 견디고 뚫고 나가는 과정이라는 믿음으로 그 곁을 지키고 싶다. 당신은 씨앗 속에서, 알 속에서, 번데기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깨어나기 위해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가장 당신다운 얼굴로 행복하게 피어나고, 자유롭게 날아다닐 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기다리며, 내가 정말 비참하고 힘들었던 순간 나를 붙잡아주었던 시 한 편에 마음을 담는다.


누가 너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으랴

네가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모습의 벌레로 살았다 할지라도


온몸에 독기를 가시처럼 품고

음습한 곳을 떠돌았을지라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너의 고통스러운 변신을

기뻐하는 것이다.


네가 지금은 한 마리

작은 나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 나비,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