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지는 법

by 달리아

"현재 한국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압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 등 각종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해 보일지 모르나,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이런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 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으신가요?"

북인도 히말라야 자락에서 뵈었던 종사르 켄체 린포체 스님은 나의 질문을 가만히 들으시더니 한 마디의 대답을 하셨다.

"쓸모없어지는 법을 배우세요."

화두처럼 툭, 던져진 예상치 못한 짧은 대답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나시려고 하는 스님을 다급하게 붙잡고,

"쓸모없어진다는 게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했다.


다시 의자에 앉으신 스님은, 이마에 특유의 주름을 지으시며 조금 더 찬찬히 그 의미를 설명해주셨다.

"현대 사회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생산적이고 유용한 일을 하지 않으면, 낙오되는 것 같고 스스로를 가치 없게 여겨 무기력해지거나, 좌절하거나, 우울해지지요. 예를 들어, 지금 제가 가르치는 명상을 배우고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은 자본주의나 현대의 가치에서 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기 보이는 스투파(불탑)도 현실적으로는 전혀 가치 없는 것이고요."


이 말씀을 마치고, 스님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다시 나를 바라보셨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나는 그 말씀을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하며 내 삶에 그를 적용해보고 있다.


내 생에서 가장 어둡고 끔찍했던 우울증의 시간은 나를 낮은 곳으로 데려가 타인과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었고,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마다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며 몇 달간 꼼짝 않고 소설을 썼던 시간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많은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으며, 고통과 상처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고자 명상센터와 평화공동체를 떠돌아다니며 배우고 익혔던 시간은 내게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마음을 느끼고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다.


겉으로 보기엔 쓸모없어 보이는 방황이나 방랑의 시간들이 내 존재와 삶을 다듬고 가꾸어주며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주었다. 세상과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쓸모없어진다는 것은, 자신만의 기준과 가치를 되찾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몸소 경험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살림을 할 때에 문득, 문득 올라오는 불안과 우울 아래에는 내가 생산적이지 않은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주입되었던 생각들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생명을 낳아 기르고, 나와 주변 생명들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찾으며 그를 전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눈에 당장 성과가 보이지는 않아도, 가치 있는 쓸모없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건 아이가 무엇을 잘하거나 내게 이익이 되거나 유용해서가 아니었다. 살아서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귀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를 바라볼 때의 눈과 마음으로 나 자신과 주변을 바라본다면 더 이상 나를 상품이나 물건처럼 전시하거나 이용당하거나 쓸모로 가치를 매기는 일은 멈추게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쓸모없어지려 한다.

대신, 모든 쓸모 너머에 있는 생명의 귀함을 기억하며, 나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길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며 마음을 담는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고 평안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나날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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