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아이가 아팠다. 어린이날 연휴 내내 둘째가 아프더니, 연휴가 끝나자마자 첫째와 신랑이 바통을 이었다. 온 가족이 아프니, 집안은 금세 어지러워졌고, 내 마음도 그랬다.
어제는 첫째 장염이 심해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말에 바짝 긴장을 했다. 물만 마셔도 토하는 아이 곁에서 "아고, 힘들지. 괜찮아질 거야. 금방 나을 거야. 잘 견디고 있어." 하면서 아이 배를 시계 방향으로 문지르고 등을 쓸어주었다.
그러다 날이 새고, 신랑과 둘째를 위해 간단히 아침을 차리고 첫째와 병원을 다녀오고 나니 끝없이 잠이 쏟아졌다. 끼무룩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이 떠질 때면, 올해 유독 자주 아픈 아이들을 위해, 틈틈이 유산균을 알아보고, 정수기 필터 교체 신청을 하고, 이불을 빨았다.
홀로 감당하기 힘든 한계의 상황을 눈치 채신 엄마가 기차를 타고 올라오신다고 연락을 주셨다. 어버이날 효도는 못할 망정, 도움을 받는 게 죄송했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선 엄마의 품이 그리웠다. 머리를 파묻고 기댈 수 있는 엄마의 가슴과 아픈 나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과 엄마의 밥이면 다시 힘이 솟을 것 같았다.
결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의 힘은 무엇일까.
그러다 문득, 10여 년 전 첫째를 임신했을 때 그렸던 그림이 떠올랐다. 작은 생명을 품은 나를 품은 엄마,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들... 나를 품고 살려왔던 사랑의 강줄기가 오늘따라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고난과 상처를 넘어, 어떻게든 고통의 고리와 대물림을 끊어내고, 생명을 지키고 품어온 이 땅의 어버이들에게 존경과 경외심의 마음을 보낸다. 당신들이 있어 지금의 나와 나의 아이들이 있기에. 그 사랑을 잘 기억하고, 받으며, 잘 전하고 싶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달리아작가 #삶이당신을사랑한다는걸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