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동네 친구를 위해 밥을 지었다. 더 일찍 해주고 싶었는데 수업과 강의로 바빠 어제야 시간이 났다.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며, 느린 호흡으로 마음을 담아 찬찬히 밥상을 차려냈다.
루꼴라샐러드에 새콤달콤 오미자청 소스로 입맛을 돋우고, 유기농 호박잎과 양배추를 찌고, 묵은지를 넣은 청국장을 끓이고, 귀리가 들어간 잡곡밥에 항암치료 중에도 먹어도 괜찮다는 오리고기를 곁들였다.
친구는 갑자기 머리가 우수수 빠져서 삭발을 하고선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둘째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를 보자마자 둘째는 "암 빨리 나으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친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감동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첫째는 그녀가 집에 돌아가고나서 "엄마, 이모 머리 깎으니까 랩하고 노래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멋졌어."라고 말했다.
첫째의 말을 듣고서
"왜 이모 있을 때 직접 말 안 했어?"
라고 묻자 아이는
"혹시 이모가 속상할 수도 있을까봐."
라고 대답했다.
다정하고 따스하고 즉흥적인 양자리인 둘째와 신중하고 섬세하고 사려깊은 염소자리인 첫째의 기질이 잘 나타나는 행동들이었다. 물고기자리인 나는 슈타이너가 말했던 12감각 중 '미각'의 자리여서 인지 힘든 사람들을 보면 밥을 해주고 싶다.
이렇게 우리 모두 각자의 성향과 기질대로 누군가를 살피고, 돌보며, 사랑하고 있다. 그 덕에 나는 살아갈 수 있음을, 오늘도 밥을 먹듯, 기억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기 쉬운 감사와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 됨을, 이제는 알기에.
#삶이당신을사랑한다는걸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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