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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수프를 끓이는 날

by 달리아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셨다. 평소 그분이 무엇을 좋아하시고, 어떤 영양이 필요할지를 생각해 메뉴를 구상했다. 가능한 유기농 재철 재료들로 장을 보아 정성껏 씻고 다듬었다. 여러 식재료들을 산 김에 찬장 속 냄비들을 꺼내어 많은 양의 음식들을 했다.

손님은 마젠타빛 장미다발과 단양에서 농사지은 스페인 호박으로 직접 만든 케이크, 레몬소금 등을 정성껏 싸서 가져오셨다.

비어있던 냄비들과 프라이팬들이 하나씩 차오르며 두 사람이 먹기에 넘치는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가득한 음식들을 보며 오늘 마지막 항암을 하는 동네친구가 생각나, 호박빵과 음식들을 도시락처럼 통에 담아 전해주었다. 또 다른 어린이집 엄마와도 샐러드를 나누고서도 음식이 남아 일을 마치고 돌아온 신랑까지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문득, 대학생 때, 내가 자취하던 곳을 주변의 친구들이 '서초동 하숙집'이라 부르곤 했던 게 떠올랐다. 당시에도 커다란 냄비에 찌개와 국을 끓여 근처 고시원에 살거나 자취하던 친구들에게 나누고 했기에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었다.

이처럼 비어있던 냄비를,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랑으로, 정성으로 채워 나눌 때면 나는 '돌멩이 수프'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어있던 냄비에 돌멩이를 넣고, 각자가 가진 재료들을 넣어, '모두의 배를 채우는 줄지 않는 수프를 만든다'는 마법 같은 설화이다.

한 사람을 지극히 위하는 정성과 사랑은 결국 냄비에 넘치고, 흘러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이처럼 일상에서 매일 먹는 밥상에서부터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돌보고, 살리는 마음이 단어 그대로 '살림'이 된다.

세상의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보리심은 어느새 내 존재의 중심이 되어, 밥상을 차릴 때도 그 안에 깃든 세상의 모든 존재를 위해, 그를 먹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존재를 위해 계속 기도하게 만든다.

내가 날마다 더 깊고도, 낮게, 둥글고, 커다랗게 다듬어지기를...
더 큰 마음으로 인연이 되는 이들을 품어 안게 되기를...

매일 하늘에 구하고 맡기며, 땅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며, 내 삶이 하나의 커다란 기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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