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키즈콘 키즈테크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한 교실 안에는 학생의 수만큼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생김새와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수업을 하다 보면 과목별 흥미나 학업 성취도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 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발표를 하던 학생이 영어 시간에는 투명 인간처럼 없는 듯 조용해지곤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개별화 교육, 수준별 학습, 맞춤형 교육 등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 매시간의 수업에서 모든 학생들의 흥미나 성취도를 확인해서 그에 맞는 과제나 평가 문제를 다르게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백혈병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건강장애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나 코로나 팬더믹 시기를 거치면서는 누구나 언제든 교육에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화상 장비나 에듀테크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기술적 장비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를 직접 경험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을 지키고 모두를 포용하는 디지털 배움터’라는 이름으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키즈콘 키즈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는 그를 수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통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컨퍼런스의 첫 번째 연사는 아이킵세이프의 회장인 ‘앰버 린지’였다. 아이킵세이프는 에듀테크 기업에 프라이버시 평가 및 인증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였다.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COPPA)나 가족 교육권 및 개인정보 보호법(FERPA) 등의 인증을 통해 아이들의 개인 정보 등을 보호하며, 교육자들에게 무료로 관련 교육과 자문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여러 사건 사고 등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교육 현장에서 이를 예방하고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연사는 ‘접근성과 참여를 높이는 학습 환경 만들기’라는 주제로 캐스트 접근성 팀 전문 학습 지원 전문가인 ‘미셸 소리아노’의 발표가 이어졌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에서 시작해서 보편적 학습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의 필요성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지점이 와닿았다. 모든 학습자들의 뇌는 마치 지문처럼 고유하며 가변성이 있다는 것과 한 학습자 안에서도 과목이나 영역에 따라 강점과 약점이 매우 들쭉날쭉 하기 때문에 그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더욱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디지털 프로미스 제품 인증 프로젝트 디렉터인 ‘파커 반’은 학습자 ‘다양성과 UDL을 에듀테크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정신분석학에서 주로 다루는 빙산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가 학생들의 드러난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안의 잠재된 변화 가능성을 보게 될 때 각 학생들 안의 고유한 힘과 재능을 위한 UDL을 적용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흔히 우리가 교육 현장에서 어떤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 그를 학생 개인의 문제로 삼기보다 그 학생의 학습 환경이나 자료 등을 살피게 한다는 점에서 더 넓은 시야를 열어준 강연이었다.
다음 연사는 에누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토도수학, 토도 영어 등을 개발한 이수인 대표가 ‘에듀테크로 실현하는 모두의 배움’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게임 프로그래머였던 그녀는 첫째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장애아동의 조기 중재 도구를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라는 마음으로 태블릿 앱을 개발한 뒤, 학습이 느린 아이, 교육 환경이 열악하여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아이, 한국 이주 배경의 아이 등을 위한 한글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라는 대표님의 저서를 읽어서인지,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배움과 성장에 대한 진심이 깊이 닿아 ‘한 사랑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은 모두를 사랑하는 것과 같다.’는 에리히 프롬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때가 “전 세계 모든 세대가 다시 배워야 하는 시대”라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깨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디서든 교육이 접근 가능한 시대임에도 ‘여전히 학교는 함께 살아가는 곳을 배우는 곳’이라는 말씀에 미래 학교의 역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서도 UDL 학습을 위한 도구로 쓰일 때의 장점과 보완점 등에 대해 현장의 교사나 교육 관계자, 개발자 등의 구성원들이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공공 학습 플랫폼의 UDL적용 방향’이라는 주제로 김진숙 경기도교육연구원 원장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하이러닝 플랫폼 적용 사례를 통해 AI 활용 맞춤형 교유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교수학습 설계는 어떻게 이루었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양한 평가 방식과 표현을 허용하는 교육을 경험한 학습자 만족도와 성취도 등의 자료를 공유해 주셔서 디지털 UDL 교육의 장점과 보완해 가야 할 점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UDL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진 교육에 대한 여러 강의들을 듣다 보니 ‘보편성’이라는 단어가 ‘다양성’과 ‘고유성’이라는 단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평균’을 맞추기 위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목표와 평가로 이루 졌다면, 미래의 교육은 이전 교육 환경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포용하기 위한 마음과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와 개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