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결혼기념일. 이전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른 것 없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상을 보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기쁨과 감사함이 깊어지는 것이다. 집 근처 맛집에서 조각 케이크를 포장하여 초에 불을 붙인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어느 때보다 신나게 축하 노래를 부른다.
결혼기념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사랑하여 결혼한 날을 생일처럼 매년 기념한다고 하니, 그래서 자신들이 태어난 것이냐고 되묻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기쁨과 사랑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평범한 날들은 일상을 받쳐주는 기본음이다. 기본음은 고음을 고음이게 하고 저음을 저음이 되게 한다. 평범한 날들이 지닌 미덕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의 일정을 단순화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색 빛깔 무지개’가 표준이 되면 아이들의 느낌과 반응은 점점 무뎌진다. 모든 음이 고음이라면 현재에 완전하게 몰두하고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아이의 행복이 특별한 행사나 재능에 달려 있지 않을 때, 고음에 매이지 않을 때, 훌륭한 인격이라는 진정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아이는 매 순간 감사할 줄 알고 평범한 날이 주는 단순 소박한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이보다 더 훌륭한 삶이 있을까?
- 존 킴 페인
최근 이 글을 읽고 너무나 와닿았던 이유는 결혼 전의 내가 '오색 빛깔의 무지개'를 찾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게, 멀리 밖에서가 아닌, 가장 가까운 매일의 일상 안에서의 기적과 경이로움을 보는 눈과 마음을 다시 뜨게 해 준다.
어제는 차를 타고 가다가, 첫째가 가로수의 은행나무들을 보며,
"엄마 저기 노란 나뭇잎 좀 봐. 너무 아름답지 않아? 이런 거는 처음 봐!"
"나뭇잎이 다 익으면 떨어지는 거야?"
"나뭇잎이 초록색이었다 연두색이었다 노랗게 되네. 햇빛이 비치니 노란색이 더 진해져!"
"나뭇잎이 떨어지면 어떻게 돼?"
라고 감탄과 질문과 발견을 이어나갔다.
그런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다시 보인다. 경이로움과 신기함으로 가득 찬 빛나는 눈빛과 열린 가슴으로, 아이들은 내게 지금 이 순간,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기적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밤낮이 바뀌고, 절기마다 기후와 계절이 변하는 것...그 안에서 이렇게 말하고, 걷고, 사랑하며 살아있다는 것...어느 하나 기적 아닌 것이 없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 안의 기적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단단한 일상들이, 그 안에서의 단순 소박한 기쁨이 나와 신랑과 아이들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기본음임을 나날이 깊이 느낀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고 있다.
계절의 순환 속에서, 매일의 반복 속에서 나선형으로 깊어지고, 익어가고, 성장하는 흐름을 가만히 느껴본다.
'큰 일을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라'
시던 마더 테레사님의 말씀이 가슴에서 피어난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인지, 곰곰히 성찰해보았다.
내 안과 밖의 생명들을 지켜가기 위해, 내 자신을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자 의지와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나의 과거에서 비롯된 상처와 아픔과 고통의 악순환을 멈추고 그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나아가며 선순환의 물길을 만드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한 때는 어리고 여린 생명이었던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며 서로를 지키고 돌보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욕망이나 분노나 무지로 인해 다치고 죽은 생명들을 애도하고 위로하고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막아내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일상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을 돌보고, 그 힘으로 주변에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며 모두를 위한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아이나, 동물, 식물 등 어리고 또 여린 생명들을 돌보거나 키워 본 이들은 알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보드랍고, 강한 힘을 품고 있는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지닌 생명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리고 그들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사랑이 오히려 우리를 돌보고 치유하고 성장시켜준다는 것을. 충분히 전해진 사랑은 더 어리고 여린 존재들에게 흘러간다는 것을.
나는 그런 사랑의 품은 모든 이들은 이 지구를 품는 엄마가 아닐까 한다.
@달리아각자의 자리와 역할에서 지켜가고 키워가는 그 사랑의 힘과 빛들을 모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따뜻하고, 아름다워지기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존중받으며 자유롭고 행복해지기를. 서로를 아프게하는 모든 폭력들이 사라지기를. 아무도 상처받거나 고통받지않고 몸마음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세상의 아이들이 걸어나갈 길에 빛이 가득하기를,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삶이 메시지가 되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우리 모두가 이 지구별을 포근하게 안고 살피고 품는 엄마로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