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동탄 일산 양평... 유독 멀리서 온 학인들이 많았다. 추운 아침부터 채비를 하고 글 쓰러 온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아홉 개의 이름들을 만났다. 인자, 민경, 다혜, 상복, 종옥, 수연, 한비, 승현, 문진. 아홉 개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름들을 가만히 발음해보았다.
자신의 이름이 너무 흔해서 자신의 것 같지 않은 것처럼 느낀 적 있다고, 고백했던 이들의 글이 마음에 남았다. "이름은 가끔 흩어진다. '승현'하고 부르면 두어 명은 돌아본다" 라거나 "나는 서울도 싫고 백성도 안 할래(민경)", "(살면서) 다른 다혜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온전히 다혜였던 적이 있었을까".
비단 이름뿐일까. 우리는 지금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평범하고 별 의미 없는 이름이라 싫어했지만, 살아가면서 나름의 좋은 의미를 찾아내고, 지어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는 어른들의 글은 마치 그 질문의 대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글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때 멀리 있는 것들을 좋아했기에, 꿈꿨기에. 그래 보았기에 가장 가까운 것, 나 자신의 것을 선명히 알고 마침내는 끌어안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여기 모인 이름들도 그러하기를. 격려하는 마음으로 나는 아홉 개의 이름을 외웠다.
수업을 마치며진은영의 시 <그 머나먼>을 읽어주었다. 언젠가 내게 위로를 건네주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 191119 고수리 글방지기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