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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08. 2020

거리를 두고서 좀 이상하게 살고 싶어

[산책하듯 책 읽기]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산책하듯 책 읽기> 두 번째 산책. 무루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읽고 나눴다. 이번 모임은 '마음을 활짝 열고서'라는 내 맘대로 모토를 정해 이끌어본 시간이었다. 마음을 활짝 열고서, 힘 빼고 자유롭게 내 멋대로 유영하듯이 책 읽기.


마침 나만의 습관으로 1일 1프랑스어를 외우는 혜련님이 지난주에 외운 프랑스어 하나를 알려주었다. natation. 헤엄이라는 단어였다. 나타시옹. 하고선 낯선 발음을 다같이 따라해보며 웃었다. 한 권의 책에서부터 비롯된 여러 개의 질문에 답하고, 열댓 권의 그림책을 가져와 넘겨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관계는 저녁에 헤어질 때 안녕. 아침에 만나서 안녕!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까."

"무얼 하든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정도라서. 나를 B+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내가 정말 점보다도 작은 먼지, 그보다 더 작은 미세먼지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작아졌었어."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달라. 10년뒤에 나는 얼마나 또 다른 사람일까."


책 넘기며 나누는 이런 대화들이 좋았다. 마지막엔 <섬 위의 주먹>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자끄 프레베르의 이상한 시를 읽어주었는데 그것도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것들을 나누면서 싫은 것들이 선명해진다. 나는 요즘 싫은 것이 생겼다. 욕심이 드글드글 붙어 있는 사람도. 권위와 허세가 묵직한 세계도, 제 말뿐인 일방적인 대화도.


도무지 읽히지 않고 읽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들에게서 거리를 두고서 좀 이상하게 살고 싶다. 그 이상이 이상異常에 가까울지, 이상理想에 가까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힘을 빼고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을 활짝 열고서.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채로. 헤엄칠 생각은 않고 나타시옹, 발음해보는 이상한 사람처럼.


두 번째 책 산책에서 몹시 신난 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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