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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08. 2020

최소로 만나고 최선을 다하기

[산책하듯 책 읽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서사, 당신의 서재에서 <산책하듯 책 읽기> 첫 번째 산책. 혜련, 이플, 메아리, 쪼쪼, 별, 보니와 함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를 읽고 나눴다. 이번 독서모임은 읽고 나누기에 문턱이 가깝지만 가볍지는 않은 에세이들로 선정했다. 사실 독서모임 책으로 모두 에세이를 선정하고, 여유롭게 읽어본다는 기조가 흔하지는 않기에 내심 걱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을 거란 자신감은 있었다.


에세이에는 인생보다는 가깝고 생활보다는 묵직한, 그래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아가기 쉬운 가치와 사유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자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다.


독서모임이 열리는 <서사, 당신의 서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를 읽으며 각자가 인상 깊었던 문장들과 내가 선정한 문장들로부터 묻고 답했다. 일상과 삶과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특히나 지키고 싶은 나다운 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다. 시작을 잘하는 사람,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 잘 들어주고 꾸준한 사람, 무리하지 않는 사람, 자신만의 냉정함과 단호함이 있는 사람.


그중에서 혜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나다운 면은 '진심'이라며, "최소로 만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참 좋았다. 나도. 이런 작고 긴 모임들을 이어가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최소로 만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2년 전 여름, 내가 이끌었던 첫 글쓰기 모임을 기억한다. 전해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두서없이 횡설수설하다가는 네 시간이나 모임을 진행했는데, 몹시도 서툰 나의 모습과 그날의 분위기와 함께했던 멤버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알고보니 그때 멤버들도 서툴고 어리바리한 내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쓰여 긴 시간 자리를 지켜주었다고 한다. 그 멤버들이 나에겐 여전히 선명하고 소중하다. 첫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올해 여름, 내가 이끄는 첫 독서모임도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장마철 습한 날씨와 긴장해서 일찍 도착한 나, 내 글을 좋아해서 찾아온 사람들, 어색한 첫 대화와 여러 번 터지던 웃음들. 이번 모임은 다행히 두 시간 만에 끝났지만. 책으로 나누는 대화가 이토록 즐거워서, 나는 앞으로도 독서모임을 오래 이어갈 것 같다. 오늘의 첫 마음을 적어둔다.


첫 번째 책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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