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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08. 2020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취향관 <책과 펜과 밤과 마음> 책과 펜의 시간

취향관 <책과 펜과 밤과 마음> 첫 번째 밤, '책과 펜'의 시간.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를 읽고 나눴다.


이번 취향관의 아홉 번째 시즌테마는 "상실의 시대 : 나와 연결된 세계를 의심하고 상상하기". 나는 <책과 펜과 밤과 마음>이라는 글쓰기 클럽을 이끌며 잃어버린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함께 읽고 쓰고 나누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취향관의 밤


우리의 첫 만남. 어진, 사월, 민경, 다니엘, 부엉이, 몽드, 우수, 그린에게 <아침의 피아노>의 문장에서 만들어본 질문들을 던져주었다. 참 어려운 책이기도 하고 곱씹어 사유하기에도 더디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나눠보고 싶었다. 그중 하나의 질문을 여기 나누고 싶다.


내 유년 안에는 세 명의 아이가 들어 있다. 잠 못 드는 아이, 부르는 아이, 이야기꾼 아이. 그런데 나는 왜 나의 유년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걸까. 유년에 대한 글쓰기를 유서로 여겼던 이들이 있었다. 발터 베냐민, 프루스트... <아침의 피아노> 183p

Q. 나의 유년 안에 사는 세 명의 아이를 떠올려봅시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아이는 누구인가요?


숨기는 아이, 손을 드는 아이, 상처 없는 아이, 가운데 있던 아이, 달리기하던 아이, 외롭고 슬픈 아이, 그늘 없는 아이, 아빠가 되고 싶은 아이. 가장 마음이 쓰이는 아이들의 그때 이야기들을 들었다.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하지만 기억하려 한다면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아이를 기억해낼 때, 그 아이에게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아주 중요한 부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존재하거나, 사라져버린 나의 작고 무거운 알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할 수 있는 어린 나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얼마나 가여웠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긴 대화를 마치며 비스와봐 쉼보르스카의 시를 읽어주었다. 내가 살아갈 이유를 떠올려 볼 때마다 꺼내 읽는 어떤 시였다. 모두에게 오늘의 대화가 어떠한 울림이었길 바라며, 나는 무사히 잘 자란 당신들에게 다정하고 싶었다.  


우리가 나눈 책과 공간. 아침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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