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Aug 10. 2020

긴 호흡, 긴 만남, 긴 대화

[산책하듯 책 읽기] 긴 호흡

<산책하듯 책 읽기> 세 번째 산책. 메리 올리버의 <긴 호흡>의 문장들로 이야기를 나누고 '살아 있기'라는 산문을 함께 낭독했다. 몰입하기가 어려워 다소 어려운 책이었지만, 곰곰이 읽어볼수록 좋았다고. 그리고 같이 나눈 는 더욱 좋아졌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혜련은 책 속의 문장을 읽다가 떠오른 다른 작가들의 문장들을 가져왔다. 박준의 시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와 이슬아의 '이스라디오 - 흩어지는 자아들' 오디오 클립을 우리는 함께 들었다.  

메아리는 "눈 내리는 날, 양말을 벗은 채 장화를 신고 코트를 껴입고 밖에 나간 느낌이었어요. 눈을 맞는 기분. 추운데 따뜻한 느낌. 추운 날에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면서 자신의 죽음을 상상했던, 그 죽음은 아낌없이 사랑한 후에 잔잔하도 비통함 없기를 바라는 별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아끼는 문장들을 녹음하는 민주의 마음을 헤아려보았고, 우리들 중 가장 조용하고 온화했던 이플의 낭독이 무척 아름답다는 걸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

긴 시간을 만나고 긴 대화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조금 알 수 있게 된다.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웃음은 다정해지며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 다음 주면 마지막이네요. 너무 짧아요. 라는 말들로 헤어짐을 아쉬워 하게 된다. 훗날 우리는 이 만남과 대화들을 몇 번이나 다시 기억하기 될까.



우리가 이야기 나눈 <긴 호흡>의 문장들


잔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자신을 새로 창조해야 한다. 그다음엔 세상을 새로 상상한다. 31p


"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기운도 찾아가고, 일도 하고... 그리고 이따금 죽음의 두려움이 한밤처럼 엄습하지." 33p


나는 열심히 책을 읽으며 기술을 연마하고 확실성을 얻어갔다. 나는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헤엄치는 것처럼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썼다. 47p

내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 53p


모든 것이 필요할 때 시는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는 그 헝클어진 미묘한 길과 배낭 속 책들의 무게를 기억한다. 나는 그 어슬렁거림과 빈둥거림을 기억한다. 휘트먼과 함께 "바지 끝을 장화 속에 집어넣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경이로운 날들을 기억한다. 92p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