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굽는 냄새는 저녁을 데리고 왔다. 목덜미에 서늘한 바람이 불면 어디선가 치글치글 소리가 나는 것 같은 구수한 탄내가 풍겨왔다. 손바닥에 묻은 흙을 훌훌 털고 일어나 멀거니 올려다본 하늘은 홍시를 으깬 듯 붉어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공기는 어쩐지 쓸쓸해서 당장에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던 똑단발의 볼 빨간 여자아이. 그 아이는 나이기도 나의 엄마이기도 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가을이었다. 낙엽더미를 바작바작 밟으며 뛰어온 발소리 같기도, 타닥타닥 낙엽을 태우는 불티 소리 같기도 한 고등어 굽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런 소리 같은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 사는 집에는 음식 냄새가 풍겼다. 우리 집에는 날마다 생선 굽는 냄새가 났다. 나는 집안 곳곳에 모조리 밴 굴터분하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좋아했다. 나를 먹이고 키운 냄새였다.
할머니 엄마 나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안 저녁 밥상에는 날마다 고등어가 있었다. 할머니는 가장 따뜻한 고등어를 먹이기 위해 가장 늦게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가장 나중에 고등어를 밥상에 올렸다. 촌스러운 꽃무늬가 그려진 양은밥상 위에, 고등어의 자리는 언제나 한가운데. 반찬이 얼마 없어도 노릇노릇한 고등어만으로 근사한 밥상이 차려졌다.
할머니, 배고파요. 숟가락을 땡그랑거리며 안달하고 있자면, 할머니는 자리에 앉자마자 젓가락 꼿꼿이 들고 등을 갈라 맨손으로 가시를 발라주었다. 두툼한 고등어 살점 하나 집어서 수북이 뜬 내 밥숟가락 위에 먼저 올려주었다. 나는 한입에 와앙 먹었다. 허기졌던 마음에 짭조름한 바다가 밀려오는 듯 했다. 언젠가 할머니가 말해주었던 저녁의 기분이란 게 이런 걸까. 차고 짠 바다에서 온종일 물질하다가, 뭍으로 올라와 낙엽을 태우는 불을 쬐는 기분. 비로소 무사히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엄마, 우리는 고기를 먹은 적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 어째서 고등어 구워 먹은 기억밖에 없지?”
“육고기는 비싸기도 비쌌고 식구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 우리집에선 고등어가 고기였지. 고기 꿔 먹자 하면 고등어였지 뭐.”
엄마 말마따나 집에서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육고기를 먹은 적이 별로 없다. 곰국이나 닭백숙 정도만 가끔 먹었지. 우리집에선 고등어를 고기라고 불렀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에 살 때에도 밥상에 올랐던 고기는 언제나 고등어였다. 만물트럭이 올 때마다 엄마는 반갑게 뛰어나가 간고등어 몇 손씩을 사두고는 날마다 구워주었다.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만 날마다 고등어 고기가 우리집 밥상에 올라왔던 이유, 사실은 육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나중에서야 듣게 된 “너는 아기 때 쇠고기 이유식 한 번을 못해줘서 미안했지.”라던 엄마의 속엣말이나 “울 엄마는 나이 먹어서도 삼겹살 바싹 구워 쌈 싸 먹는 걸 젤로 좋아했지.”라던 이모들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 사실 할머니도 엄마도 육고기를 좋아했었는데 형편에 제일 만만한 고기는 고등어였기에 날마다 구워주었던 게 아닐까 하고. 아무튼 고등어는 엄연한 고기로서 우리집 밥상을 지켜왔다. 그리고 나는 깨끗한 마음으로 고등어 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굽고 삶고 끓이는 것도 집집마다 다 다른 것이 집밥이다. 할머니와 엄마, 이모들을 아우르는 우리 집안의 음식들은 거침없는 손길로부터 만들어졌다. 손끝이 야무지고 손이 빠른 할머니와 엄마는 바람결에 노 젓듯 막힘없이 요리를 했다. “오늘 뭐 먹을래?”가 아니라 “오늘 이거 해 먹자.”로 요리를 시작해 툭툭 쓱쓱 재료를 손질하고 두어 개의 음식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었으며 주저함 없는 과감한 손길로 간을 했다. 끓는 찌개조차 후후 불어 간 보는 일이 없고 뒤집개를 사용하는 일도 없었다. 모든 것이 단번에, 한 손에 이루어졌다.
무언가를 구울 때에도 좀 우악스러운 면이 있었다. 나는 세상에 부드러운 반숙 달걀프라이도 존재한다는 걸 바깥 음식을 먹어보고서야 알았다. 우리집에선 기름을 찰방하게 두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에 치글치글 튀기듯이 달걀프라이를 했다. 가장자리는 노릇노릇하게 갈색 띠를 두르고 노른자는 바싹 익은 달걀프라이가 밥상에 올라왔다.
고등어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와 엄마의 손을 거친 고등어는 거뭇할 정도로 바싹 구워져 껍질이 김부각처럼 바작바작 씹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희한한 건 이렇게 뚝딱 차린 음식들이 죄다 맛있었다. 할머니와 엄마가 지어준 밥상을 떠올리면 치글치글 바작바작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에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시큰해졌다. 버스에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미안했던 사람들, 챙겨주고 싶었던 사람들,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창밖으로 눈 쌓인 바닷가가 보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따뜻하다고 느꼈다.
버스가 멈춰서고 나는 먼저 버스에서 내려 익숙한 산비탈을 걸어 올라갔다. 할머니 집이 나타났다. 마루에 널찍한 상이 펼쳐져 있고 할머니가 자주 해주었던 음식들이,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음식들이 옹기종기 차려져 있었다. 밥상 한가운데에는 언제나처럼 구운 고등어가 있었다. 노릇노릇 바싹 구워진 먹음직스러운 고등어였다.
“애기야, 왔나.”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조그만 할머니가 자글자글 웃으며 서 있었다.
“할머니.”
“배고프재이. 다들 와서 먹으라 해라.”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우리는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밥을 먹으며 나는 사람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사람들은 나에게 내내 고맙다고 했다. 할머니는 우리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더 먹으라면서 일일이 밥그릇에 밥을 퍼주셨다.
“할머니, 안 아파요?”
“응. 인제 아무래도 괜찮다.”
“할머니 밥이 먹고 싶었어요.”
“많이 먹으라. 그리고 항시 집에 사람이 들락카게 해라. 그래야 복두 같이 들온다.”
나는 뚝딱 비운 밥공기를 또 내밀었다. 할머니는 히 웃었다. 김이 폴폴 나는 밥을 퍼주고 고등어 살을 발라 내 밥공기 위에 얹어주었다. 나는 이게 꿈이라는 걸 알았다. 알았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어서.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뭉클, 눈물이 솟아서 할머니 얼굴이 흐려졌다.
“애기야, 밥 잘 챙겨 먹으라.”
할머니는 당부하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나 눈가를 문질렀다. 아파서 앓던 밤이었다. 우리 할머니는 꿈에서도 고등어를 구워주네. 힘내서 밥 잘 먹고 잘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고등어만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밥상에서 고등어구이를 마주하면 맑고 쓸쓸한 바닷바람이 코끝에 스치는 것 같다. 이제 막 저녁이 오려는 모양이다. 할머니와 엄마에게 배운 대로 치글치글 바싹 구운 고등어를 밥상에 가장 나중에 올려야지. 젓가락으로 고등어 살을 잘 발라 맞은편 사람 밥공기에 먼저 얹어주어야지. 나눠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