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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Apr 28. 2022

글쓰기라는 문을 여는 일

계속 쓰기는 '용기'의 영역

예스24 고수리 작가의 북클러버 [글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시즌2.


영 쑥스럽지만 글쓰기에 관한 솔직한 답변을 주고파서 나의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선정했다. 러닝타임을 훌쩍 넘긴 두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중 하나.


어떤 사람의 일생을 넘어서 혹은 그 안에서 기록되는 것은 기억되는 것이다. 기록은 서서히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실상을 대체한다. 기록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실천하고 살아간 것들의 단편일 뿐이다. (…) 우리 자신에게 우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 '진리의 발견' 중에서


"이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누군가 나를 샅샅이 살펴보고 나에 대한 책을 쓴다고 해도, 상대는 내 생각과 심지어 내 영혼에 대해선 결코 모를 거란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럼에도 우리가 쓰는 자아, 혹은 어떤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자아를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고민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오고 있어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바라보았을 때 해석자가 가진 역량이나 잣대가 두려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두려우면 숨거나 기다리는 쪽을 택하겠죠."


"맞아요. 두려우면 숨거나 기다리는 쪽을 택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쓴다는 건(표현한다는 건), 끝내 용기의 문제 아닐까요? 내 작품이 평가받을 두려움을 감수하고, 그럼에도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공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용기, 그 이야기를 읽고 감응하고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독자의 용기. 용기와 용기가 만났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겠죠. 우리가 책과 문장과 질문과 생각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에도 불현듯 반짝, 살아갈 힘이 될 거라고 저는 단언해요."


참 좋았던 질문이었고, 답변하려는데 '용기'라는 단어가 선명히 떠올랐다. 에세이 쓰기는 명백히 어렵다. 한 사람이 살아온 한 사람의 진짜 이야기니까. 쓰고 싶어 하는 많은 이가 쓰기 직전의 문턱에서 주저한다는 사실을 안다. 남들은 보이지 않는 아주 두꺼운 유리벽을 앞에 둔 사람처럼,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나아가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누가 뭐라 해도, 여러 번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열어 보라고. 문을 들어서면 생각보다 괜찮다. 여전히 나는 나. 다만, 문을 열고 들어온 용감한 나라는 사실. 결국 글쓰기는, 계속 쓰기는 '용기'의 영역이라고 매일 쓰는 나도 날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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