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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May 26. 2022

[주간 배짱이] 고수리의 요즘 사는 맛

배달의민족 뉴스레터 5월의 작가 에세이 연재

고수리입니다. 5월 동안 주간 배짱이에 네 편의 따따시한 이야기들을 맛있게 지어 보내드렸어요. 오늘 마지막 이야기를 보내드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난 이야기들 전해드립니다 :)




주간 배짱이 109호

[얼마나 맛있는지 묻는다면]

첫 글은 '1초 만에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알아채는 법'을 알려주는 사랑 얘기인데요. 구십구쩜구구구구퍼센트의 확률로 매우 정확한 방법이라고 자부합니다. 저는 고등어책을 쓴 작가니까 고등어가 또또 등장하기도 합니다.



1초 만에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알아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방법이라기엔 너무 단순해서 머쓱하지만.

(...) 와! 1초 만에 터져 나온 외마디 감탄사엔 우주처럼 광활하고 빛처럼 즉각적인 진심이 담겨있다. ‘맛있다!’ 온몸에 찌르르르 퍼지는 감각과 동시에 반짝, ‘같이 먹고 싶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감탄사처럼 떠오른 얼굴, 그는 구십구쩜구구구구퍼센트의 확률로 당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고 아끼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맛과 사랑 앞에선 미지의 우주처럼 어지러운 마음결이라도 빛의 속도로 반짝, 진짜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이 있다.



주간 배짱이 110호

[한겨울 튀김우동에서 초여름 콩국수까지]

'한겨울 튀김우동에서 초여름 콩국수까지' 이르는 길고 부드러운 사랑 이야기를 썼어요. 꼭 권나무 '튀김우동' 들으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몇 번의 계절 동안 사랑할까. 튀김우동 끓여 먹던 한겨울을 지나 콩국수 들이켜는 초여름이 되었어도, 우리에겐 여전히 긴 삶이 남아있다. 걸음 같은 풍경을 보고, 풍경 같은 노래를 듣고, 노래 같은 대화를 나누는, 그런 평범한 날들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돌돌돌 실타래를 감아가듯 이런 느슨하고 부드러운 삶이 좋아. 콩국수를 나눠 먹고도, 저녁이 지나가고도, 계절이 지나가고도, 세월이 지나가고도 헤어지지 않을 사람들이 곁에 있다. 나는 외롭지 않다.



주간 배짱이 111호

[너무 마음고생하지 말고 잘 살아라]

위로의 시오라멘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목은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너무 마음고생하지 말고 잘 살아라"!!

“그럼요. 그럴 거예요. 가마있어보그라. 준아, 너무 마음고생 말고 자알 살그래이.” J의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나 찰져서 웃음이 터졌다. 가마있어보그라. 가마있어보그라. 우리는 할머니의 말투를 따라 하며 여러 번 웃었다. 웃으니까 좋았다.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쳐 들고 아직 따뜻한 국물을 마셔보았다. 한 그릇의 온기로 데워지는 마음이 있다. 한 그릇의 식사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다. 바깥은 여름인데 혼자 추운 사람 없이 같이 먹고 싶었다. 우리가 좋아하던 다정한 라멘집에서 시오라멘을 먹어보고 싶었다. 속이 따뜻해졌다.



주간 배짱이 112호

[주먹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마지막 연재, 씩씩한 주먹밥 이야기를 썼어요. 사는 기분이 헛헛할 때, 그럼에도 좀 씩씩하게 살아보고 싶을 때 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주먹밥을 만듭니다. 여러분의 사는 기분은, 사는 맛은 어떤가요? 오늘도 잘 먹고 살기를. 씩씩해요, 우리 :)


그러니까 그런 게 ‘사는 기분’ 아닐까. 우리는 희로애락 이름 붙일 만한 특정한 감정만 오르내리며 사는 건 아니니까. 뭐라 이름 붙일 순 없지만 ‘살아야 한다’ ‘살고는 싶다’ 정도의 평이하고 담담한 기분으로 평일을 살아간다. 알고 보면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사람 없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매일 일 인분의 삶을 산다. 그래도 사는 기분이 좀 씩씩했으면 좋겠다 싶은 날에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주먹밥을 만든다.

(...) “누구든 뭔가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니까요.” 주먹밥을 뭉치는 사치에를, “너무 애쓰지 마라. 다 먹고 살자고 사는 거니까.” 주먹밥을 뭉치는 엄마를 떠올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주먹밥. 단순하고 단단하고 씩씩하고 못생긴 주먹밥을 꾹꾹 뭉쳐 다지며 다짐한다. 주먹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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