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칼럼 '관계의 재발견' 연재작 [선명한 사랑]
고수리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아는 만큼, 겪은 만큼, 느낀 만큼만 쓴다. 이 같은 태도에는 용기가 따른다. 이야기의 규모가 협소해질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까닭에 나는 이 작가를 신뢰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획득되는 이야기의 진실성과 구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대책 없는 다정이라니. 세상을 이렇게 선하게만 살아도 되는 걸까 의심하다가도 다시 한번 믿어보고 싶어진다. 이 사랑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러니까 이 책은 세계의 협소함을 사랑의 광활함으로 끌어안으려는 고수리식 러브 레터다.
수신인은 단연 삶이다. ‘당신이 나를 늙게 해도 나는 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말하는 용감한 사랑이 건너왔다. 이 사랑의 불씨를 지키는 일에 손을 보태고 싶다. 선명한 사랑이란 확고부동한 사랑이 아니라 “수만 가지 마음을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의 일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이 내게 말해주었다. - 안희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