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로 푹푹 찌는 여름. 쨍쨍한 한낮을 걸으면 때때로 가슴이 내려앉는다.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청소하는 미화원과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 짐을 끄는 택배기사와 공사하는 인부들, 배달하는 라이더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할 우리 아버지가 떠올라서 뭉클.
해마다 날씨가 악독해지는 걸 실감한다. 나는 일기예보가 아주 징글징글하다. 길어진 여름엔 폭염이 기승이고 길어진 겨울엔 한파가 맹렬하다. 폭염도 폭우도, 한파도 폭설도, 황사도 미세먼지도 징글징글하게 싫어 죽겠다.
한 차례 혹독한 날씨가 지나간 다음 날이면, 주유소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길게 늘어선 세차 차량을 닦느라 어깨가 뻐근하게 아파질 테니까.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에겐 날씨가 작업복이다. 모든 날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일한다. 정직한 땀의 대가처럼, 사람의 몸도 정직하게 쇠해진다. 우리 아버지가 나날이 노쇠해진다.
나는 ‘아버지’라는 말이 평생 낯설었다. 시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 받아보았다. 연애 시절부터 내 손을 꽈악 잡고 걸으시던 분. 신혼집 페인트칠과 잡기 수리, 고장 난 보일러도 나서서 뚝딱 고쳐주시던 분. “너는 가만히 있어라” 하며 과일 깎아주고 설거지 도맡아 하시던 분. 사랑한다, 자랑스럽다 다정한 말들을 아무 때나 건네시는 분. “아버지” 불러볼 때마다 여전히 쑥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뒤늦게 아버지 복이 있었노라 행복했다.
- <선명한 사랑> '뭉클, 저무는 마음' 중에서
내게 시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언젠가 책에 적었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새벽 4시면 일어나 일터에 나가신다. 한낮에 일하고 오후께 집으로 돌아오신다. 여름에는 저녁 7시도 아직 환하지만 아버지는 그때가 취침시간. 그나마도 나이가 들어서 곤히 주무시지 못한다. 얕은 잠을 자다 깨다가, 다시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일터로 나가신다. 아버지가 일하는 일터의 시간은 어떻게 채워질지 나는 상상할 수 없고, 다만 일터의 날씨만 어렴풋 겪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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