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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 곤히 자기를 바라며

by 고수리

풀숲에 잠든 고양이를 발견했다. 몸을 옹송그리고 누워있었다. 자고 있는 걸까. 혹시 죽은 건 아닐까. 문득 무서워져 가만히 지켜보았다. 알아채기 어려울만큼 여리게 몸이 오르내리며 숨을 쉰다. 발을 꼼지락거리다가 귀를 까딱거리다가 이내 기지개를 켰다. 자고 있었구나. 살아 있었구나.


잠든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던 밤이 있었다. 곤히 자는 얼굴 바라보다가 불현듯 소스라치게 무서워졌다. 살아있는 걸까. 볼을 만져보고 손을 잡아보고 코끝에 손가락을 대어보았다. 몹시도 여린 숨이 손끝에 느껴질 때 잘 자고 있구나. 잘 살아 있구나. 그제야 안심이 되어 그 사람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다행이야. 살아있길 바라는 누군가 살아있음에 안도할 때, 나는 사랑을 하는 인간이구나 여실히 깨닫는다.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경이로운 이 마음은 애써 잠잠 끌어안으며 비밀로 둔다. 당신도, 고양이도 일어나 다시 잘 살아가길 바랐다.


2023년 6월 16일 작가노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곤히 자기를 바라며,

정끝별 <크나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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