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만난 엄마들의, 수요일
시장에 갔다.
약재상 앞에 어린 여자애가 쪼그리고 앉아 굼벵이를 보고 있었다. 사과껍질이 뒹구는 톱밥 위에 굼벵이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엄마가 아무리 손을 잡아끌어도 여자애는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건너편 채소가게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줌마가 치매에 걸린 엄마 손을 잡고 애호박을 고르고 있었다.
"엄마, 된장국 먹을래?"
늙은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어딘가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할머니 둘이 나란히 유모차를 끌고 지나갔다.
"우리 애도 이제는 눈이 안 보여."
각자의 유모차에는 늙은 개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는 시장에서 양파와 단호박, 달걀 한 판을 샀다. 시장 아저씨는 달걀판 하나를 마저 덧대 노끈으로 엮은 후, 내 손에 핸드백처럼 들려주었다. 달걀을 이렇게도 주는구나. 난 아까 굼벵이를 쳐다보던 여자애처럼 감탄했다. 돌아오는 길목에는 펄펄 삶아져, 말간 얼굴을 내민 돼지머리가 흐물흐물,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한낮은 제법 더웠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단호박찜 어떻게 하는 거야?"
수화기 너머로 따따부따 엄마의 잔소리가 들린다. 굳이 찾아서 해도 되는 조리법을 때마다 물어보는 딸의 마음을, 엄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서른 살 생일을 맞이했고, 이제야 겨우 엄마의 인생 반 토막 즈음을 좇아가고 있다.
언젠가 엄마가 될 나, 나의 엄마가 되었던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들.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깊은지.
나는 아직도 가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