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Mar 14. 2016

출간 소식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소중한 사람들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 외딴 방에서, 미용실에서, 텅 빈 거리에서,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 바람이 불고 밤이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쓸 것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을 지웠다가 또 썼다가. 우리가 매일 말하는 익숙한 문장들로 싸박싸박 내리는 눈처럼, 담담하게 말을 건넬 것이다.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을.”


브런치에 올렸던 첫 번째 글 ‘금요일의 눈’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눈처럼 따뜻한 글로 누군가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9개월 후, 그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마침내 책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작가



어제 광화문 교보문고에 다녀왔어요. 잔뜩 긴장한 채 서점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에세이 신간 매대에 제 책이 놓여있더군요. 책을 발견하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선 채로 한참 동안 책 표지를 매만지다가 돌아왔습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만 해도 제가 책을 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 모든 건,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덕분이에요. 온 마음을 담아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고마운 마음으로 만든 책을 소개할게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앞표지에는 까만 밤이 채워진 달이 떠 있어요. 그리고 뒷 표지에는 제가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습니다.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종종 깜깜한 어둠 속을 걷곤 합니다. 문득 내가 우주의 티끌만큼 작고 하찮은 존재라고 느껴질 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버거울 때,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고 모든 게 너무나 못생겨 보일 때. 그때,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www.10x10.co.kr/culturestation/culturestation_event.asp?evt_code=3315


이 책에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공허하고 감상적인 이야기는 없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소한 순간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질 뿐이죠.


제가 쓴 글의 주인공은 보통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 주인공일지 모르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우리는 삶이라는 드라마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이고, 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펴든 사람이라면, 이름 모를 어떤 작가는 당신의 삶을 이토록 따뜻하고 뭉클하게 바라봤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과 내용들을 살짝 보여드릴게요.



인생, 정성, 행복, 희망과 같은 삶의 소중한 가치들. 내게 그것들을 가르쳐준 사람들은 훌륭한 학자도 특별한 유명인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 보통사람들이었다. 삶이라는 드라마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 그분들을 제일 먼저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내 일에 감사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 고작가의 날들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밤이면, 우리는 떠날 준비를 했다. 엄마는 간식과 두꺼운 옷가지를 챙겼고, 우리 남매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둘러멨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깜깜한 밤, 우리는 15층에서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아파트 외벽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왔다. 그리곤 주차장 구석에 서 있는 빨간색 티코를 탔다. 귀여운 무당벌레 같은 빨간 티코는 조용하고도 날쌘 동작으로 아파트 단지를 떠났다. 밤의 피크닉. 나는 우리의 짧은 여행을 밤의 피크닉이라고 불렀다.

- 밤의 피크닉


“세상 풍파도 이 조그만 방에서 버텼지.” 허허.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은 잠시 풍파를 견디는 시간. 어서 백리향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둠이 내려앉는 거리에 아저씨의 요새가 가로등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 꽃으로 둘러싸인 요새



산타클로스는 있다. 살다보면 지켜주고 싶은 거짓말 하나쯤은 있다.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은 착한 거짓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시치미를 뚝 잡아떼고 간절히 지켜주고 싶은 그 마음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랑받는 아이였다. 우리를 사랑한 누군가가 온힘을 다해 우리를 지켜주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럽고 무섭고 힘들고 슬픈 것들을 모르고 자랐다. 온힘을 다해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산타클로스가 된다. 산타클로스는 있다.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산타클로스는 있다.

- 산타클로스는 있다


지하철 역사 안을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무언가를 파는 사람들, 멍하게 서 있는 사람들. 많은 사람을 바라보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도 저마다의 사연과 삶이 있겠지. 모두가 착하지 않아도, 모두가 친절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꼭 보이는 얼굴이 전부는 아니니까. 무표정으로 종종걸음을 걸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스쳐 가는 타인들에게 나는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경이로움도 함께.

-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포근하게 빛나는 위로


이 책을 쓸 때, 엄마가 제게 부탁했습니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난 이제 겨우 서른인데. 내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 사람들이 진지하게 읽어줄까? 네가 뭘 아냐며 비웃지는 않을까?"


그러자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삶을 이야기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어.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을 쓸 수 있어. 넌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글 실력이 서툴다 하더라도, 네가 타인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해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요.


엄마의 조언을 새기며 글을 썼습니다. 독자들에게 제 마음이 온전히 가 닿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늘도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희미하지만 포근하게 빛나는 달빛처럼, 따뜻한 슬픔, 뭉클한 행복, 소중한 사람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고. 그러니 걱정 말아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어요.


이 책을 덮고 나서, 우리의 주변이 조금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이 보태지길 바랍니다.


부족한 제 글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전해요. 첫눈 출판사 한경호 대표님, 한진아 에디터님, 허 감독님, 김민정 북디자이너님, 브런치팀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에 솔직한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저를 믿고 지지해준 가족들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기적이 가능하도록, 제 글을 사랑해주신 브런치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도서 보러 가기

다음 책 정보 바로가기

카카오톡 선물하기 바로가기 (모바일)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의 네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