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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Feb 05. 2016

금요일의 네 시

오늘 오후 네 시

어제오늘, 대낮인데도 거리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꽃다발을 손에 든 채 몰려다니는 교복 무리. 생각해보니 졸업식 시즌이구나. 바지가 발목 위로 댕강 올라간 남색 교복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이 지나가면서 편지를 읽었다. 오늘 졸업한 중학생 같았다.


"남자끼리 이런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오글오글."

"웃긴 새끼."


그리곤 간지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둘은 웃었다. 아마도 그 애들이 읽는 것은 졸업식 마지막 롤링페이퍼일 테고, 아마도 '오글오글' 앞에 생략된 말은 몹시도 다정한 애정표현이었으리라. 변성기가 채 지나지 않은 그 애들 웃음소리가 참 귀여웠다. 바람이 불었고, 나는 잠시 먼지 섞인 교실 냄새를 맡은 것도 같았다.


그리고 카페에 들렀다. 카페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저씨 두 분이 더치커피 메이커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커피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과학실험 기구같이 생긴 모양새에 한 아저씬 정말 요상하단 눈빛이었고, 또 한 아저씬 이 정도는 좀 안다는 듯 웃고 있었다. 더치커피 메이커를 좀 아는 아저씨가 바리스타에게 물었다.


"저게 더치커피라는 거지요? 저 커피는 번거롭게 손이 갈 일이 없겠어요."

"그 대신 시간이 가지요."


바리스타의 대답이 묘하게 귓바퀴에 맴돌았다. 나는 시간 말고 손이 더 많이 간, 바리스타의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선 홀짝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 4시의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2016년 2월 5일.

오늘은 애틋한 시간이 흘러간 누군가의 졸업식, 그리고 따뜻한 손이 닿은 누군가의 오후 4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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