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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Dec 18. 2021

아이의 속도를 응원합니다

느린 아이 키우는 엄마의 기다림...(1)

저는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예요. 


현재 4살, 곧 5살이 되는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뒤집기, 기기, 걷기, 말하기 등 전반적인 것이 느린 아이입니다. 다 지나고 보니 발달과업이 느린 것쯤이야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이마다 때가 다를 뿐, 언젠가는 다 해낼 과업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느린 아이를 키워보신 분은 애달픈 저의 마음을 이해하실 거예요. 시기가 늦어질 때마다 아이를 믿고 기다리면서도, 주변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 그 마음을요. '어쩌면 내 잘못은 아닐까? 내가 너무 무심한 건 아닐까?' 하는 엄마로서의 자책감과 섞이는 날에는 밤새 잠 못 이루고 인터넷 맘카페를 뒤지고 있는 저희의 그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조금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저의 경험이 작은 힘이나마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조금 느린 것일 뿐,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잘 해낼 아이입니다. 그 믿음으로 아이의 속도를 응원해주는 엄마가 되어보아요 우리 :)




우선, 저희 아이는 첫걸음마가 정말 느렸습니다. 18개월이 될 때까지도 걸을 생각이 없었어요. 빠른 아이들은 돌 전후에 걷기 시작하던데, 그 당시에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문화센터의 트니트니 수업도 한 살 어린 친구들과 들었는데, 우리 아이만 못 걷고 기어서 참여했어요. 트니트니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출석도장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개월 수가 한참 어린 동생들보다도 행동이 느려서 저도 모르게 속상해지는 날이 있었어요.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하고도 어울려 놀고 싶어 했지만, 미끄럼틀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는 우리 아이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갈 수 없었어요. 그때 부러워하던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개월인데 아직 못 걸어요?' 하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곤 했습니다.


혹시 다리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대근육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몰려오는 날에는 밤새도록 맘카페를 뒤지곤 했습니다. 맘카페의 글을 검색하다 보면 위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걱정이 더 쌓이는 날들도 참 많았어요. 큰 병원을 가서 정밀검사를 해볼까도 고민을 해보았지만, 걷지만 못할 뿐 활동성 넘치는 아이를 믿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걸을 생각이 없어 보이던 아이가 18개월이 되자마자 첫 발을 떼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바로 와다다다다다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걷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걸음마를 해냈어요.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걷기와 뛰기를 완성하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 아이는 걸음이 느린 것이 아니고 더 완벽하게 걷기 위한 날을 기다렸나 봅니다. 그래서 본인이 완벽하게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다리의 힘을 기르고 길렀었나 봐요. 그렇게 본인만의 자신감이 생겼을 때 첫 발을 내딛기 위하여 시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엄마인 저는 그것도 모르고 조급했었습니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라서 뒤로 쿵은 물론, 넘어진 적이 거의 없어요. '겁이 많은 아이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매사에 신중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신중함 성격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기에 우리 아이의 속도를 응원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느리지만,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내는 아이! 18개월에 그 첫 번째 경험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해내야 할 발달 과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본격적인 기다림의 시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어요.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요? 우리 아이를 믿고, 아이의 속도를 응원해준다는 다짐은 금세 잊는 엄마로 돌아갔습니다. 아마 저도 모든 게 처음인 초보 엄마였기 때문일 거예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뵙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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