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즐거움(2024)

배움을 수행하듯 무방비하게 이어 나가는 어른이 되자


[다이어터 치즈냥 : 포용하는 삶이 무엇인지, 수행하는 삶이 무엇인지, 선비가 무엇인지 궁금할 때 읽는 책]

‘무지의 즐거움’이라는 내용이 뻔해보이는 제목의 책을 마주했을 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에, "얼마나 차별화된 인식을 기반으로 책을 썼을까?" 하는 내 안의 궁금증이 이 책을 고르도록 했다. 동시에 책 안에서 얻을 인사이트나 흥미의 요소가 크게 없다면 어느 정도 읽다가 중간에 덮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지적 폐활량’ 이란 말이 나오기 전까지

글을 읽는 동안, 내가 빨리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이었음을 인지하지도 못했고, 작가가 주장하는 낭창낭창한 구어체로 책이 쓰여있다는 것도, 구어체이기에 책이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적 폐활량이라는 말이 내 몸에 스며드는 순간부터는 내 안에서 작가와 화학적 반응이 일어났던 것 같다.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은 안다. 특정 속도 이상의 숨이 헐떡거리는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계속 뛸 수 있는가가 내 한계가 되고 내 최대 폐활량이라고 할 지언데, 지적 폐활량이라니. 내 머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안에서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 애매함을 지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지적 폐활량이라고 표현하다니.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든 것을 여기서 알 수는 없었지만, 언행에서 우리나라 선비의 삶이 연상되는 것이 적어도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 내 생각이 틀렸음을 지적하면 오히려 이를 환영하는 과학적 지성체계를 추구한다는 부분

2) 나 혼자 잘난 것이 아닌 집단의 지성이 협력하도록 하는 사람이 지성인이라던 부분

3) 사제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누가 더 강한지의 상대적인 우위’가 아니라 삶의 방식, 태도와 함께 목적지를 알려준다는 부분

4) 배운다는 것은 그릇이 넓어져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기에 틀에 박혀 자기 쇄신이라는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부분

5) 학자의 영광이 결정판 논문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더 영광이다 하는 부분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성은 내가 지닌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알 수 있다는 것과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한평생 삶을 수련하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작가의 삶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세상의 수많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낭창낭창한 문체가 필요하고, 수련하는 수행자의 삶을 산다는 것은 우위를 논하기보다는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도가 있고, 그 초월과 마주하여 연속적인 자기 쇄신을 이루는 것이 행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방어적인 자세가 아니라 무방비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의 제목 ‘무지의 즐거움’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키워드 : 조술자, 무방비 독서, 지적 폐활량, 보이스를 갖는다. 과학자의 영광, 아카데믹 하이, 지성인, 문무양도, 목적지, 사별삼일 즉 갱괄목상대, 정직한 글쓰기, 수행자의 자세,


[친근한 초과이익 토끼 : 나의 미숙함을 기쁨으로 삼자]


무지의 즐거움은 출판사에서 준비한 25개의 질문을 저자가 답하는 형식인 QnA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저자에 대해 잘 아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듯한 뉘앙스였는데, 그리하여, 프롤로그에 이어 첫 질문을 읽고 있노라면 PPT 발표에 늦어, QnA만 간신히 참가한 듯한 묘한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런 ‘저자에 대한 무지’ 반갑지 않은데?


저자에 대한 배경적 지식없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떠오르는 단어들을 두서없이 나열해 보자면, #수행자 #전도가 #지적페활량 #문체에 대한 궁리 #철학 #배움 #무방비독서 #마치바 #종교 #교육 #영어교육의 미래 #민주주의 #자본주의 #꼬뮌, 구조조의 #레비나스 #아웃라이어 #실천적 배움 #수행자와 철학자 ..


이렇듯, 출판자에서 저자에게 요청한 25개의 질문은 범위가 넓고 흐름이 통일성 있지 않아 혹은 저자가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하여, 책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으로 독후감을 준비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인상깊었던 부분만 부분 발췌하여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1. 무도적 사고

“긴 수행의 여정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이겨도 누군가보다 강하게 되어도 누군가보다 잘하게 되어도 혹은 누군가에게 져도 누군가보다 약해도 누군가보다 못해도 그런 상대적 우열을 논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 승패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얽매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무도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 스스로를 미숙하다고 여기는 것을 오히려 기쁨으로 삼습니다. 앞으로 답파해야 할 끝없는 길을 목표로 “아, 계속 걷지 않으면 안되는구나, 괴롭다, 힘들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끝없는 길을 걷는 것을 자신의 영광이라고 느끼는 것, 그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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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을 논하지 않고 수행(삶)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고 지속해나가는 것. 내가 추구하는 바와도 같다. 삶의 전반에 수행자적 태도를 갖기 위함이 나의 지적활동의 일종의 목적인지라, 이 부분에 아주 크게 공감했고 여러 번 소리내서 읽어보기도 했다. ”절대 얽메여서는 안됩니다“ 그래, 틀에 매달리기만 해서는 자기쇄신을 이룰 수 없다.

2. 무방비 독서

”내용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수신자가 저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책을 만나고 읽는 일이라니, 태어나 처음 하는 경험이었지요. 즐거웠습니다. (...)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읽기, 저자를 가상의 멘토로 삼고 읽어 나가기, 내가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 나의 생각과는 다른 것을 마크하면서 읽기, 그리고 ‘왜, 어떤 근거로, 어떤 추론을 거쳐 저자가 이런 식견에 이르게 되었는지’ 물으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런 무방비 독서를 지금까지 40년 정도 즐겁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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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독서일까. 아직 이렇게 어려운 책을 만나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쉬운 책들만을 지향해왔던 탓일까. 2026년에는 나의 ‘곤란한 자유’를 찾고 싶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A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 B와 C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로 하여금 A에 대한 대답을 떠올려보게 하는 방식으로 글을 서술했다. ‘낭창낭창한 문체’로 술술 읽어내려 가지만 단락에 끝에 이르러서는 다시 한번,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리는 걸까 생각하게 만든다. 몸에 스며드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의도에 맞게 쉽게 읽었지만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통한 학자의 글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문장이나 단어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꼬장꼬장하다. 질문에 대해 대충 맞추어 대답을 들려줄 법도 한데 그러는 법이 없다. 특히 전도가로 본인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그의 학자로서의 배움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어른의 문장을 자주 읽어 몸에 스며들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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