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믿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벚꽃이 피고 따스한 바람결에 꽃잎이 날리니, 전 세계를 삼킨 코로나가 뭐 대순가. 사람들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제주도를 더욱 부지런히 찾았고, 덕분에 우리는 감사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또한, 계속될 고단한 계절을 견디고자 예방접종하듯 다시 못 올 것만 같은 봄날을 대하는 마음으로 더욱 눈에 넣어두고, 가슴에 담았다.
사업을 시작하고 계절이 바뀔수록, 어른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말씀하셨던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을 뒤로하고 참 대단도 하다."라는 그 말이 가슴에 비수를 꽂을 때가 많다. 그 말씀을 한 당사자들은 지금 사업이 순항하는 것 같으니 그 말을 감쪽같이 잊어버리셨지만 우리는 그 말에 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잘 돼도 불안, 안 돼도 불안한 것이 사업의 운명처럼 느껴지는 나날이다. 그렇기에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도 내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게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왜일까...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해야 했고, 대표직부터 막내 일까지 다 감당해야 하는 그 고단함의 무게 때문일까. 그 지난한 과정의 무게보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 불안의 무게가 더욱 커서일까.
정말 냉정하게 그 상황이 오면 우리는 의연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코로나 대유행을 몇 차례 견뎌냈으니 비슷한 것쯤은 눈 딱 감고 몇 번은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1g의 희망을 걸어보지만 자세하게 시뮬레이션 해보면 속수무책으로 현타가 온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사업의 찬란한 계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왜 이렇게 불안해서 안달일까. 스스로의 소심함과 마음의 가난함에 가만히 짜증과 분노가 일기도 했다.
더욱 유명해지는 것도 싫고, 폭발적으로 문의가 오는 것도 버거우면서 겁이 난다. 이 세상엔 정말 적당한 일, 적당한 시간이라는 건 없는 것일까...
그 조차도 욕심이고, 우리의 태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우리는 마을을 걷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몸이 보내는 경고를 감지하고 작은 조천 마을을 걷기 시작했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과 그 바람에 흩날리는 꽃과 야자수의 움직임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마을의 일상, 그리고 천천히 호흡하는 우리의 몸은 우리가 잠시 멈춰 서야 함을 알려줬다.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는 모든 에너지를 불꽃 피워내듯 길어 올렸고, 그 바람에 많은 것이 탈이 났음에도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시간의 무게 앞에서 같은 에너지로 속도를 내야 했다. 그 시간의 공격 앞에 '잠시 멈춤'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간이 제아무리 빛의 속도로 내 삶을 내달려도, 그 앞에 내미는 삶에 대한 강직하고도 따뜻한 '온유한 태도'가 필요했다.
걷는 그 시간은 너무나 느리고 평온했지만, 나는 마치 다윗의 돌멩이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브랜드의 가치, 고객과의 소통,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우리의 삶. 이 모든 것을 차근차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반짝,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가 내려와야만 하는 롤러코스터의 삶이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받고 싶고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업을 하며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온전히 빠르고 뜨겁게 체험한 것이 우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믿는 마음을 의지한다.
몰려오는 파도도 그저 온유한 태도로 바라보며 곧 잔잔한 물결이 될 것이라는 꽤나 우수에 찬 믿음.
그 믿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저 우리 소중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당장, 이 과정을 천천히 진득하게 사랑하며 가기로 했다. 지금-오늘을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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