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스 Jasmine Oct 05. 2024

프롤로그 - 우린 나름 잘맞는 여행 파트너

다음엔 또 어디?

길치이고 겁이 유난히 많은 내가 미성년자인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노노였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 셋은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플로리다로, 멕시코 캔쿤으로, 캐나다로, 그리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달라스에는 바다도 없고 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 전 봄방학 때 콜로라도로 여행을 가려던 우리에게 제동이 걸렸다. 늘 회사일로 바쁜 남편은 일 년에 한 번 일주일, 한국에 함께 가는 것으로 휴가를 다 쓰기 때문에 따로 여행을 갈 수 없어서 우리는 늘 굵고 짧게 금, 토, 일 여행을 다녔었다. 주말여행도 남편의 회사일로 캔슬되기가 일쑤였는데 이번에도 회사일 때문에 남편이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봄방학 시즌엔 타운이 고스트 타운이 된다.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기 때문이다. 일 년 전부터 여행계획을 짜고 멀리, 멀리 떠난다. 봄방학인데 어디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을 아들이 너무 딱해서 나는 내 인생 최대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바로 단둘이 떠나는 거였다. 사실 여행 당일날도 나는 확신이 서지 않아, 갈까 말까를 고민하며 여행가방도 채 싸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퇴근하며 결정을 내렸다. 떠나자고!

그렇게 5년 전 아들과 단 둘의 여행은 시작되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우리 둘은 또 떠났다. 단 둘이!

아들은 십 대지만 더 어릴 적부터 뱃속에 노인 하나가 들어앉아있는 듯 노인 감성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도 다 할아버지, 할머니다. 반면 나는 아직 철딱서니 없는 소녀 감성으로 똘똘 뭉친 덜 자란 어른 아이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우리 둘은 은근 척척 잘 맞는 여행 파트너였다.

우리 둘이, 서툴지만 뚜벅뚜벅 때론 달달하게 때론 시큼하게 펼치는 여행기를 이제 펼쳐보려 한다.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기억을 더듬으며 가장 최근 여행부터 과거로 우리 모자는 점점 젊어질 것이다.

금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