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면 억울한데
금요일 점심부터 신났고 해가 떠 있을 때 칼퇴를 했다.
그리고 특별한 금요일 저녁을 기쁘게 먹었다. 그게 뭐든 기쁘게 먹었을 테지만 말이다.
뭘 했는지 모르게 금세 10시, 11시가 되었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버티다 버티다 이르게 잠들고야 말았다. 항상 그렇지만 금요일 저녁은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이 감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마찬가지다. 10시만 되면 입이 쩍 벌어져라 하품을 하게 되어 빨리 자리를 파하게 된다.
그렇게 일찍 잠들었으니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걸까.
평소 출근시간보다 이르게 눈이 떠진다.
더 잘해야 잠이 안 온다. 망했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6시라니, 피곤이 안 풀렸을 텐데 6시라니! 더 뒤척여보지만 이미 끝난 것 같다. 토요일은 일부러 나태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약속도 잡지 않는데 틀려버렸다. 내 계획은 분명 12시까지 퍼질러 자다가 일어나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치킨이나 뜯으려 했는데 말이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커피를 내릴지 차를 마실지 잠깐 고민하다가 역시 오늘은 나쁜 하루를 보내야 해! 하며 고 카페인 라테를 들이켠다. 어제 스마트폰을 하다 바로 잠들어서 그런지 화면을 켜자마자 토요일 웹툰이 그대로 켜 있다. 다 읽지도 못하고 잠들었다니, 일주일 동안 힘들긴 했나 보다. 네이버 웹툰을 정복하고 다음 웹툰까지 섭렵한다. 아, 아직 7시네.
평소였다면 빠르게 샤워를 하러 들어갈 시간인데 토요일 아침의 나는 소파에 앉아서 노래를 틀어 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웹툰까지 함께 보고 있다.
아, 배고프다.
밥을 먹기는 귀찮아서 시리얼, 우유 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또 눕는다.
가끔 운동도 나간다.
그리고 씻고 또 눕는다.
오늘은 화도 안 난다. 내일도 쉬니까!
사실 오늘은 노래도 필요 없다. 분노가 없으니까!
오히려 너무 들떠서 조용한 노래가 필요하긴 하다. 카페에서 나오는 가사 없는 잔잔한 노래 말이다. 갑자기 커피 향이 느껴진다. 오늘은 카페에 가서 생크림 잔뜩 얹힌 초코 케이크도 먹어야겠다.
가끔 마음속의 짐이 있을 때도 있다. 월요일에 발표가 있거나 데드라인이 있을 때는 가슴이 찔린다.
그렇지만 슬기로운 직장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하는 진리가 있다.
월요일의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믿을 것
이 믿음은 사실이며 이 진리를 빨리 깨달아야만 거칠고 오랜 직장 생활을 번아웃 없이 무사히 잘 견딜 것이다. 빨리 생각을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월요일의 내가 무적이 되려면, 주말에 잘 쉬어줘야 하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 10시이고 이렇게 근면성실 직장인의 억울한 토요일 아침이 시작된다. 오늘은 반드시 나태하게 보내다가 늦게 자야지.
아마 늦게 일어나는 날은 이 모든 아침 루틴은 그냥 꿈이다. 일어나면 12시고 준비하면 4시이다. 이러면 그냥 억울한 토요일이 되는 거다.
그런데, 내가 평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억울한 토요일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럼 이 글을 읽는 당신, 오늘 나태하게 보낼 준비는 되셨나요? 혹시 너무 근면 성실하셨던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