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긴 할 건데

신부 혼자 입장해도 되나?

by 아침에달리

보통의 나는 망상병에 걸린 것 마냥 다양한 망상을 한다.

주기적인 망상은 로또 당첨이다.

금요일 퇴근길, 늘 지나는 로또 명당 집을 보면서 당첨되면 서울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야지, 일단 부동산으로 돈을 넣어야지로 시작해서 누구에겐 얼마를 줄지까지 정교한 망상 루틴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망상은 결혼식에 관한 것이다.

결혼식 날이 되어야만 우리 가족이 공개가 되기 때문이다. 굳이 묻지 않았기에 굳이 알려주지 않았던 그런 흔한 일이겠지만 정기적인 망상 주제 중 하나이다.

202004271023194794_l.jpg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신부 혼자 입장해도 되나?


작년에 결혼 한 친구는 신랑, 신부 모두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했다. 누가 누구에게 건네주는 것이 싫었고 또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기리기 위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으로 안다. 그럼 나는 엄마 손을 잡을까? 우리 엄만 나서는 것 좋아해서 어쩐지 나보다 더 열심히 준비할 것 같다.



요새는 부부가 동반으로 입장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또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는 어릴 때부터 커가는 과정을 담으며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예식 영상을 틀어줬었다. 참 보기 좋았다. 끝까지 못 보고 나가버렸지만.




아,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나 뭐 그런 친척들이 아빠 대신 잡아주기도 한다는데.


나는 삼촌을 많이 좋아한다. 개인사업을 했던 우리 아빠와 다르게 근면 성실히 회사생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무뚝뚝하지만 의지가 되는 큰 덩치도 있다. 신랑감이 있다면 삼촌에게 꼭 보여줄 것이다. 물론 삼촌은 정말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나도 아직까지는 데려갈 상황이 없었지만 말이다.


결혼을 하긴 할 건데, 신부 입장에서 아직도 망상이 맴돌고 있다.

예식 영상에는 나도 꼭 부모님 얘기를 넣어야지. 결혼식에 왔다면 그제야 알 수 있는 내 이야기를 꼭 해줘야지.


결혼을 하긴 할 건데, 삼촌의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는데 삼촌댁은 아주 멀다. 같이 가 주겠지?

결혼을 하긴 할 건데, 나는 아주 먼 고향의 선산에도 함께 가줄 든든한 남편이 필요하다. 같이 가 주겠지?


아직 망상이 신부 입장을 넘어서지 못하고 5년째 맴돌고만 있다.


결혼을 하긴 할 건데, 사실 신부 입장이 아니라 신랑감부터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또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