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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무신사와 테무를 삭제하기까지의 회고

by 아침에달리

최근 무신사와 테무 앱을 깔았다.
고작 기본 티셔츠 몇 장 사려 했을 뿐이었는데 일주일 내내 앱을 쳐다보며 ‘쇼핑을 위한 쇼핑’을 해야했다.


왜 이렇게 쇼핑이 고통스러웠까?

쇼핑은 끝났지만 피로감은 오래 남았다. 그렇게 앱을 지웠다.

KakaoTalk_20250506_161347431.png 쿠폰이 187장, 오늘까지 구매시 적립금 추가 사용 가능.


필요한 것만 사고 싶었다


처음엔 간단했다.
기본 반팔 몇 장만 사려고 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앱에 들어가자마자 쇼핑은 ‘고민’으로 변질됐다.


첫구매 할인, 타임 세일, 단독 특가.
사면 살수록 손해보는 느낌,
손해보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
결국 문제는 ‘물건’이 아니었다.



1. 선택지 과잉 → 결정 마비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문제는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리뷰, 할인율, 모델 핏, 실제 색감, 실제 사이즈, 소재까지.
고르려다 지치는 상황이 반복된다.
‘하나 사려다 고르다 끝나는’ 현상,
이건 단순한 귀차니즘이 아니라 paralysis by analysis, 선택 마비다.



2. 할인 구조 → 손해 회피 본능 자극

1개보다 2개가 싸고, 3개 사면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애초에 필요한 건 하나였다.
그럼에도 더 사야 이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할인이 아닌 ‘손해 회피’ 본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이득보다 피로다.



3. 후기/랭킹 → 사회적 비교 피로

후기 수, 별점, 베스트 아이템...
이 구조는 사람을 계속 비교하게 만든다.
"내가 고른 건 덜 좋은 거면 어떡하지?"
타인의 선택이 기준이 되고,
내 판단은 점점 자신을 잃는다.
‘더 잘 사야 한다’는 압박은 결국 자기 확신을 갉아먹는다.



4. 감각의 부재 → 결정 리스크 증가

오프라인은 입어보면 끝이다.
온라인은 직접 만져보지 못한다는 불안이 크다.
실물이 다를까 봐 걱정되고,
반품은 귀찮고,
그 모든 고민이 하나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다.



5. 앱 UX → 반복 유도 + 인지 피로

쇼핑앱은 게임처럼 설계되어 있다.
피드, 쿠폰, 미션, 타임세일.
처음엔 재미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돈이 오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지고 나서야 그걸 깨닫는다.



결국, 쇼핑보다 고민에 에너지를 썼다

그날 나는 기본템 몇 장을 샀지만,
더 많은 걸 잃었다.
시간, 집중력, 감정 에너지.
결제 이후의 허무감은 ‘물건을 샀다’는 만족감보다 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온라인 소비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내 방식을 바꿔야 한다.

쇼핑 전 리스트 업: 필요한 것만 적고 들어간다

익숙한 브랜드만 확인: 품질·가격 예측이 가능한 브랜드만

공식몰 중심 구매: 플랫폼은 수수료 구조로 인해 가격이 흔들린다

합리적 소비보다 ‘덜 피곤한 소비’ 선택

지인 추천 우선: 리뷰 1,000개보다 친구 한 명의 경험



소비는 덜 피곤해야 한다

싸게 사는 게 목적이 아니다.
덜 지치고, 덜 고민하고, 덜 후회하는 소비.
그게 요즘 나에게 필요한 방식이다.

그래서 무신사, 테무는 삭제했다.
쇼핑이 아닌, 선택의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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