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아직도 아이 같다.
엄마가 입원을 했다.
그전에도 수술을 해서 입원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동안은 내가 보호자가 아니었다.
보호자란 아빠 같은 다른 어른들이었다.
오늘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였다. 올해로 29살, 몇 달 뒤면 30살이 된다. 사회적으로 보면 성인이 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 20대를 생각해보면 20~21살까지 삼수를 했고 22살에는 대학생이 되어 26살에는 직장인이 되었다. 비록 21살까지는 고3과 마찬가지인 생활을 했지만 이후에는 남들과 비슷한 속도에 맞춰 사회활동을 했다.
대학생 때도 삼수를 했기 때문에 휴학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이트 졸업을 하고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다. 내 속도가 아닌 남들 속도에 맞추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내가 어른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른 :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성인 :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 보통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이른다.
'어른'과 '성인'의 차이가 궁금해져 사전을 찾아보았다. 성인이란 나이만 먹으면 되는 것, 어른이란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되는 것. 사전적 의미로 봤을 때 나는 '성인'이지만 '어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여태까지 내 일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도움이 없던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일은 단지,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며 그곳에서 할 일을 했던 것뿐이었다.
자취를 하며 혼자 산 적도 없고 엄마와 같이 살고 있으니 집안일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다. 세금이나 공과금 등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이번에 퇴사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변경이나 연금 납입 일시 정지에 대해 알아보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9살이나 되었는데 이런 것에 무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당연히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저 성인일 뿐, 당장 앞에 주어진 책임 외에 내 인생을 이끄는 큰 책임은 지고 싶지 않았다. 백수가 되어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소속된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더 드는지 모른다. 개인 코칭을 받으면서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더 와 닿는 거 같다.
우리 사회에 정말 제대로 된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이걸 의식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늘 엄마의 보호자가 되니 이제 언제까지나 엄마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나를 낳고 키우고 책임지며 살았는데 부모님 세대는 제대로 알지 못해 나이보다 빨리 어른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히려 잘 몰랐으니 더욱 빨리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어른이라는 거의 무게와 책임감을 알게 되니 더 쉽지 않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꺼리고 있던 것 같다.
이번에 엄마가 아픈 경험을 하니 언제까지나 어른이 되기를 주저하고 있을 수 없다. 내가 엄마의 보호자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은 것이다. 엄마가 나이를 먹고 나에게 점점 더 도움을 청하게 되었을 때 믿음직스럽고 싶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내 미래를 위한 목표를 잡고 그것을 향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
이젠 어른이 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 2020년 11월 13일에 작성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