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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May 03. 2022

자유로울 수 있다면야.

샌드위치 Tramezzino

도시의 보물을 간직한 박물관 혹은 미술관. 이 곳들을 방문할 생각이라면 여행 일정 중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합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마음을 비운채로 작품을 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꾸만 일어나는 욕심과 기대 때문에 끝없이 마음 속에서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스스로 느끼고 반응하고, 그림에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림의 사연에 관심을 두고 ‘그림 속 그림’ ‘그림 후 그림’ ‘그림 옆 그림’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과 그림을 연결하고, 또다른 연결고리를 발견하면서 자기만의 그림 감상법을 만들어보세요. 무엇보다 즐거운 놀이가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세요. 새로이 함께 그림을 보면 더 즐거우니까요. 물론, 제게도 알려주시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그림은 어떻게든 다른 그림을 부릅니다.
김수정,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아트북스)

작가는 본인의 인생을 응축시켜 작품에 쏟아내기도 하고, 외부의 상황을 끌어와 캔버스 위에 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작품에 숨겨진 작은 단서를 포착하거나 그림에서 화가의 의도가 어렴풋이 읽히면 작품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러다 깊은 심연의 나약한 자아가 위로받는 순간, 눈앞에 놓인 그림은 한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화가가 인고의 붓터치를 쏟아내고 시간이 흘러 물감이 마른 작품들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미술관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벽에 걸린 작품이 보는 이의 눈을 통해 인간의 마음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흐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치에서 매우 구체적인 전략이 함께해야 합니다. 작가가 꽃을 피울 때까지 지원하는 후원자, 진주를 알아보는 컬렉터,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혹은 갤러리스트 등.

미술 컬렉터의 중요한 자질은 재력이다. 이 점에서 페기 구겐하임은 준비된 컬렉터였다. 페기는 미국 명문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친가 구겐하임 가문은 광산업으로, 외가 셀리그먼 가문은 군복 장사로 부를 쌓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에서 활동하던 유대인 미술 컬렉터들은 미국으로 탈출했다. 페기는 오히려 서슬 퍼런 파리로 향했다. 나치에 붙잡히면 목숨도 잃을 수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파리에서 하루에 그림을 한 점씩 사들였다. 주로 초현실주의 작품을 구매했다. 흥정도 필요 없었다. 전쟁이라는 초현실적인 난장판 속에서 초현실주의 예술은 장난처럼 여겨졌다. 그림값은 터무니없이 쌌다. 페기는 그림을 안전하게 보관하려 루브르 박물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물관 측은 “당신의 그림은 가치가 없다”며 무시했다. 그 당시 페기는 칸딘스키, 몬드리안, 달리, 마그리트, 자코메티 등의 작품을 갖고 있었다. 나치의 공세가 거세졌다. 미국행 선박에 미술품을 싣기로 한다. 그림을 이불보 사이에 넣어 불바다가 된 유럽에서 탈출시켰다. 페기와 함께 미국에 온 건 그림뿐만이 아니다. 그는 <쉰들러 리스트>(1933)처럼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 망명 작전에도 참여했다. 페기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탈출한 인물 중엔 마르크 샤갈, 이브 탕기, 막스 에른스트 등이 있었다.
조성준, 예술가의 일(작가정신)

유명한 미술품 컬렉터였던 페기 구겐하임. 현대미술을 유럽에서 미주 대륙으로 옮기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우리나라의 컬렉터는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목이나 평가를 더 신경 쓰다 보니, 결국은 유명 작가나 이미 알려진 작가의 작품 위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컬렉터의 개성이 드러난 컬렉션이라기 보다는 평범하고 일반화된 컬렉션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흐름과 미술사를 보면, 컬렉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당대의 역사, 철학, 문학, 사회, 정치, 경제 등을 아울러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체화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대부분 주변 사람들 말에 의존하게 된다. 그 순간 자신만의 독창적인 컬렉션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김정환,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이레미디어)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평가 우량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보이지 않는 이면이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은 항상 안전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용기있고 적극적인 투자자의 특권 실패마저 성공으로 바꿀  있다는 점입니다페기 구겐하임은 자신이 선택한 화가들을 꽤 가까운 곳에 두고 살폈습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화가들의 망명을 앞장서 돕고, 그들의 가족들을 부양하며 누구보다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또한, 가난한 시절을 함께한 화가들의 작품이 1000 이상의 가치를 가질 때도 시장에   점도 내놓지 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의 여과 없는 발언과 자유분방했던 사생활로 유독 박한 평가를 아왔습니다.

1920년 스물두 살에 유럽여행 중 인습에서 자유로운 창조적인 사람들과 교유하면서 유럽물에 흠뻑 빠진 그는 스물세 해 동안 유럽에 머물게 된다. 돈많고 멍청한 그는 산전수전 다 겪고 1936년 서른 여덟에 이르러서야 지인인 페기 발트만한테서 미술품 수집 아이디어를 얻는다. 마르셀 뒤상은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의 차이점 등 에이비시를 가르쳤고 페기는 37년 한 편지글에서 “나는 전혀 믿을 수 없어요. 사랑없이, 남자없이 살면서 행복할 수 있다니…”라고 썼다. 산전수전이란 그가 훗날 ‘남편’이었다고 지칭한 로렌스 바일, 존 홈즈, 더글러스 가맨, 사무엘 베케트, 막스 에른스트 외에 30명을 웃도는 남성편력.
임종업 선임기자, 한겨레

그녀에게 낙인처럼 붙어있는 수식어 '문란한 여자의 저속한 안목'. '전쟁통에 똥값으로 가져온 그림 덕택에 부자가 된 장사치'. 그녀가 그림을 고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풍족한 조부모의 유산 덕분이며, 취향 또한 주변화가들의 조력으로 운 좋게 얻은 것처럼 들립니다.

오늘날에도 페기를 이야기할 때 남성 예술가와의 스캔들이 가장 먼저 다뤄지기도 한다. 페기가 예술사에서 이룬 업적은 복잡한 사생활에 덮여 과소평가된다. 피카소는 40살이나 어린 여자를 만났지만 그의 여성들은 통째로 ‘뮤즈’로 불리며, 한 위대한 예술가의 창작 재료로 여겨진다. 페기는 오해와 손가락질에도 꿋꿋이 할 일을 했다. 마지막 영혼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예술을 사랑했고, 예술 안에서 살다가 떠났다. 그가 유럽에서 구해내고 미국에서 발굴한 예술은 인류의 자산으로 남았다. 페기는 “우리가 가진 위대한 보물을 보존해 대중에 보여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라는 말을 남겼다. 세상이 피카소, 몬드리안, 폴록, 뒤샹, 칸딘스키의 이름을 잊지 않는 한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이름도 불멸로 남을 것이다.
조성준, 예술가의 일(작가정신)

이탈리아 베니치아에 위치한 페기구겐하임컬렉션Peggy Guggenheim Collection의 구경을 마치고 테라스로 나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청동상입니다. 말머리만 보면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하지만, 다리는 꿈쩍하지 않습니다. 말 위에 올라탄 소년의 중요부위는 탈부착이 가능해 보입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 두 손을 좌우로 뻗고 시선은 위를 향합니다. '비트'에서 달리는 오토바이 위 정우성 배우를 떠올리게 합니다. 미술관 내부를 관람하고 테라스에 나가 이 청동상을 살피니 그녀가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갑니다.


'자유'


막대한 부를 예술 전반에 흐르게 만들고 보물 같은 작품들을 대중 곁으로 전해준 페기 구겐하임. 대저택의 유리온실 속 삶을 던져버리고 스스로를 저속한 프레임 속에 가둡니다. 자유롭기 위해 쓴 가면치고는 참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평가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참 영리하고 강한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식빵의 테두리가 제거된 부드러운 속빵에 고소한 마요네즈가 잔뜩 발린 샌드위치. 자르기 전까지는 속을 알 수 없는. 베네치아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트라메치노Tramezzino입니다.



트라메치노 Tramezzino



//재료//

크림치즈 250~300g

설탕 1T

올리브유 1T

마요네즈 1T

후추 1/4t

레몬즙 1T


식빵

오이

맛살

토마토

















크림은 사진처럼 바르면 너무 느끼해지니 식빵 단면에 한 큰술 정도만 발라드시면 됩니다 :)



















깊이 들여다봐야 보이는 타인의 인생처럼 잘린 단면을 보아야 맛이 짐작 가는 베네치아식 샌드위치 Tramezzino였습니다.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두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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