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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Nov 08. 2023

상대방이 힘들어할 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중에서


지난달에 심리학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3번째 참여하던 날이었고 멤버들끼리 어느 정도 서로가 적응한 상태였죠. 모임에서 저의 최근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었고 진행자 선생님께서도 다른 누군가의 힘든 경험을 이야기하시며 이럴 때 어떻게 말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참여자분 중 한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말을 해줘 봐야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해서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게 의미가 있나요?



듣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죠.

쉬는 시간에 그분은 저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공감해 줘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꼭 공감과 위로를 해줘야 하나요? 나무님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반응했다면 좋았을까요?


참고로 저는 이분의 질문이 아주 좋았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관점을 전환 시킬 수 있었거든요. 친해지고 싶어요. ㅋㅋ


프로그램 진행 중에 '공감해 줘봐야 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이분의 말을 듣고 이 말에도 공감이 갔었습니다. 그렇다면 힘든 상대의 말을 듣고 어떻게 해주는 게 가장 좋았을까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까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봤는데, 저는 공감이나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다기보다 그냥 내 힘든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제 입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아 그러네'라고 또 다른 내가 대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걸 깨달음이라고 하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어요.

힘든 상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조언을 해주는 것도 아닌

적당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그저 들어주는 거라는 것을요.


이 깨달음을 얻은 후 저는 최근 내가 그저 사람을 들었던 적이 있나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고객을 코칭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코칭은 나름 잘 진행되었고,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돌아보지 못한 채 해야 할 일에 허우적거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버디코칭을 했습니다.

상대 코치님께 다세션코칭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고객분께서 1,2세션에서 가족, 지인 욕만 하고 울기만 했어요. 코칭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3세션에서는 에너지가 달라졌고 제가(코치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답을 찾아가셨어요. 그래서 최근에 원하던 취업도 하셨네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고 의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이 부족한 지 알아냈습니다.

그야말로 최근에 사람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코칭에서도, 일반 대화에서도 고객(상대)의 문제 해결에 빠져 사람을 놓치고, 사람을 제대로 듣지 않는, 그야말로 경청이 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이죠.



최근 코칭에서도 일반 대화에서도 '이게 소통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소통이 안되는 답답함을 느낀 이유에는

상대방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상대방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경청하지 못한 것도 있었습니다.





갤럽 강점 검사 1순위 강점이 '문제 해결'인 저는 사람보다 이슈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코치가 되기 전 이러한 제 모습을 혐오하기도 했어요.

그게 혐오할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보다 문제에 앞서 사람을 뒷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회계담당자로서 신입 때 영수증을 챙겨오지 않는 직원들에게 상황도 듣지 않고 원칙대로 뭐라 뭐라 했던 것이라든지, 아무튼 직장 생활하면서 사람보다 문제에 앞서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어요.

지금은 이 정도 까진 아닌데, 아직도 옛 버릇이 남아있어요. 



제가 사람보다 문제를 앞세운다는 것을 깨닫고 문제 해결 지향적인 일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일을 하고 싶어 코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칭, 그리고 일반 대화에서도 사람보단 문제 해결에 앞서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요즘 다시 읽고 있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에서 저에게 딱 필요한 말을 해줍니다. 두 번 읽어도 소름이네요.


당신이 겪고 있는 힘든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했을 때 상대가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곧바로 끼어들어서 충고와 조언을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해본 적이 있었는가? 아니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했던 경우가 있었는가? 그 이유는 상대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그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공감적 고통은 두려움이나 불편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p 195-196


실제로 제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고, 저 또한 상대를 그저 듣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듣고 문제 해결 사고가 발동해서 이렇다 저렇다 하며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모습이 이 책에서는 '상대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야말로, 상대의 고통을 함께하며 곁에 있어주는 게 아니라 이렇다 저렇다 조언과 제안을 하는 문제 해결식 말은 듣는 입장에서 고통의 전이를 회피를 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간의 코칭에서, 그리고 대화에서 나 또한 상대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불편해서 회피하기 위해 상대에게 이런 말 저런 말 하지 않았을까.


문제 해결사 유형은 상대의 고통을 '고쳐주려는' 경향이 있다. 의도가 좋았다 할지라도 상대의 말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고 이해해 주지도 않은 채 상대의 말을 잘라버리는 것은 그 사람과의 정서적 연결을 끊어버리게 한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p 196


나의 힘듦, 나의 고통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사람들의 선한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더는 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 듣는 것보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얕은 관계를 유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것에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저를 보고 '이 사람한테 말해봤자.'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 관계가 이어지지 않았겠죠.



코치, 상담사, 컨설턴트, 직장 상사, 스승 등 다양한 역할에 있어 '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라는 느낌을 풍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 문제 해결형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형인 사람은 문제를 잘 해결할지언정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논하곤 싶지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죠. 그런데 코칭에서는 문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고객, 그 사람을 이야기하지 않고서 코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죠.



어쩌면 저는 최근 코칭에서 문제 해결에 눈이 멀어 계속해서 사람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지어, 고객의 고통을 마주하기 힘겨워 너무 힘든 상태의 고객을 받지 않기도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워하는 상대와 계속해서 정서적인 연결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야 한다. 때론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연민적 태도를 갖고서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그대로 수용할 때, 우리는 대화하는 동안 산만해 지거나 상대가 하는 말을 끊거나 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p 196


돌아보니 상대의 고통을 온전히 함께 느껴주지 못해 연결되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반대로 나의 고통을 느껴주지 못한 채 제가 가진 문제만 이러쿵저러쿵해서 제가 연결을 거부한 사람도 많고요.

어쩌면 그 당시 저도, 그 당시의 그 사람들도 '자기 자신과 연결되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니 최근 두 달 동안 번아웃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살아왔는데

저의 말을 온전히 듣고 제 감정을 온전히 느껴준 건

(서두에서 말한) 심리학 모임 진행자 선생님이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어떠한 선입견 없이 들어주시고

'말은 이렇게 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해주시며

제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살펴주셨어요.


덕분에 2시간을 몰입하며 잘 보내고 다녀오고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죠.

그리고 최근 코칭을 받고 있는데, 

저의 코치님께서도

코칭이 되지 않는 상태인 저를 포기하지 않고

버디코칭에서 만난 코치님의 이야기처럼

감정을 온전히 쏟아내어 코칭이 되는 상태로 갈 수 있도록

그야말로, 저의 고통을 함께 느껴주고 계셨습니다.







"그냥 내 말 좀 들어줄 수 없니? 나는 너무 슬퍼서 털어버리고 싶어. 물론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지금 단지 나를 위해 함께 있어줄 네가 필요하다고!" 화가 난 아이샤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p 196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


조언

평가

문제 해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러쿵저러쿵 

상황 회피


입니다.


아무리 당신의 선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요.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말을 그저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고통을 함께해 주는 것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나 또한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회피하고 있었구나


무언가를 더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고

그저 들어주고 함께 느껴주는 여유가 없었구나


문제 해결형 직업에서 

사람 중심의 직업으로 변화하며까지 찾고 싶었던 사람다움이 어떤 건지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어떤 코치가 되어야 할지도 알 것 같습니다.


그전에, 끊어진 나와의 연결을 다시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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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말을 끊는 건 최악이다.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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