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사랑 (feat. 혹시 고양이 좋아하세요?)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된 예시를 사용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조건 없는 사랑이 있다면, 조건 있는 사랑도 있는 거니까요.
사랑에 조건이 대체 왜 있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화가 없던 시절을 지나 전화가 생기며
전화가 있는 세상이 당연하게 된 것처럼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지나 시대가 변하여
인터넷 없는 세상에 사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된 것처럼
산업혁명을 지나 지금의 시대로 온 것처럼
세상의 변화를 따른다면 어쩌면 조건 없는 사랑이야말로 옛날이야기고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건으로도 서로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소득, 자산, 직업, 외모, 성격, 취향 등등
(우리가 사랑에 포함하는 조건들)
부모 자식 간에도 간혹 사랑의 조건을 걸곤 해요.
엄마가 자녀를 사랑하는 데 있어
"난 네가 최소 00 대학에 입학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어."
"난 네가 이름난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으면 내 딸로 생각할 수 없어."
라고 말한다면 엄마 입장에선 자녀에게 '조건 있는 사랑'을 하는 거겠죠.
이 말이 진심인지 학습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사람마다 사랑의 기준이 다르겠죠.
아 그렇구나.
내가 아직 대기업에 가지 못했으니
엄마는 지금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냥 망상 속에서 나온 예시일 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엄마에게 사랑받는 내가 되기 보단 그냥 엄마의 사랑을 포기하고 싶다은 생각 드는데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긴 한 것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저는 오늘 '무조건 적인 사랑'에 대해 좀 이야기하고 싶어요.
대표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은 무조건 적인 사랑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요.
다만 위 경우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조건적으로 바라는 게 많다면 그게 정말 무조건 적인 사랑이 맞는가? 싶어요.
부모는 무조건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 또한 시대와 사회 변화 등으로 예전 같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부모가 되어보지는 못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엄마 아빠가 진짜 날 사랑한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글을 보시는 분이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시길.)
아마도 제 부모님은 자신의 부모에게도 크게 '사랑'이라는 걸 받아본 적 없을 가능성이 높을 거 같아요.
극단적인 예로, 부모가 자식을 버리거나 폭력을 가하거나 하기도 하잖아요? 흔히 아동학대라고 하죠.
이런 일은 사실 아주 옛날부터 있었고 저는 이런 경우에서 사랑을 찾아보기 어렵고 무조건 적인 사랑은 결코 아니라고 봐요. 아무튼 어릴 적부터 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저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 소식을 들을 때면 과연 부모가 진짜 무조건 적으로 피를 나눈 자식을 사랑하는 게 맞아? 싶은 거죠.
저 또한 부모님한테 바라는 게 많아요.
빨래는 왜 그렇게 하는지
요리할 때 왜 대체 간을 보지 않아 (기껏 한 요리를 자주 망치는지)
어릴 적엔 왜 그렇게 별것도 아닌 걸로 나에게 잔소리를 했는지(그 덕분에 지금은 역할이 반대로 되어 저도 습관적으로 엄마한테 잔소리를 하네요.)
도대체 왜 다른 부모님처럼 물려줄 재산은 없는지.(ㅋㅋㅋㅋㅋㅋ)
이런 거 보면 자식 또한 부모에게 바라는 게 많고, 과연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은 게 사랑인가? 싶어요.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조차도 조건 없는 사랑은 어려워 보여요.
피를 나눈 부모 자식도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아 무조건 적인 사랑이 어렵네요.
도대체 부모 자식 간에 어쩌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못 하게 된 걸까요.
사랑이 사라진 것만 같은 이 팍팍한 현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 바라는 게 많으니, 결혼 상대는 오죽할까요?
엄마조차, 딸조차 무조건 적으로 사랑하지 못하는데
배우자는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뭔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여요.
그렇다면 다시, 인터넷이 새로 생겨 인터넷 문화가 당연하게 된 것처럼
조건 있는 사랑은 현시대에 맞는 사랑법이 아닌지
라고 나름 의미 있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스스로에게조차조건 있는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나는 좋은 대학에 나오지 못했으니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나는 연 소득이 평균보다 낮으니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나는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나에게도 수도 없이 붙어 있는 사랑의 조건)
자 주저리주저리. 말해봤는데
여러분은 무조건 적인 사랑, 해보셨나요?
여러분의 가족(부모, 자식, 배우자)와 친구를 온전히 사랑하나요?
아니면 혹시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사랑이 있나요?
저는 사실, 있습니다.바로바로 우리 고양이들이죠!
난 너희가 모래를 사막화를 해놓으면 사랑할 수 없어
난 너희가 자꾸 각티슈를 뽑아놓으면 사랑할 수 없어
난 너희가 털을 뿜뿜 뽑아놔서 맥주 마실 때 컵에 털이 자꾸 빠져있으면 사랑할 수 없어
고양이한텐 이런 조건 걸지 않아요.
그저 무조건 적으로 사랑한답니다.
나이 들어(노령묘) 가끔 바닥에 똥을 지려도
자기들도 모르게 나를 할퀴어 내 몸에 상처를 내도
밤에 자다 말고 자꾸 돌아다니거나 고양이들끼리 싸워서 집사의 잠을 깨워도
그저 뭘 해도 사랑한답니다.
사람에게 느끼기 어려운 무조건 적인 사랑을 고양이에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그야말로 말 못 하는 짐승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고양이가 저를 배신할리 없고
내가 바라는 거 안 해준다고 서운해할리도 없고
(가끔 내 품에 안겨주길 바라는 데 싫다고 할 때 서운해서 삐치지만 금세 풀리고 눈에 하트 뿅뿅)
나를 속일 리 없고
크게 사기 쳐서 실망시킬리 없고 그런 걱정 없이
그냥 귀여우니까요!
고양이들은 과거를 곱씹지도 않고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살지 않아요.
그저 지금, 여기에 충실하죠.
잠이 오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러면서요.
고양이는 왜... 좋지?
예전에 고양이 키우는 분과 대화하는데 상대방이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질문에 즉시 떠오른 말을 답변했어요.
사랑이야! 무조건 적인 사랑! 사람과 다르게 나를 뒤통수 칠리 없으니까!
무엇보다 고양이도 어떤 조건 없이 집사인 나를 사랑해 주기도 하고요.
문득, 이런 무조건 적인 사랑의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집고양이들은 걱정 불안 없이 케어해줄 수 있어요.
길고양이들처럼 위험한 상황이 거의 없으니까요.
우리 집 고양이들을 보고 있자면 배고플 때 밥 먹고
졸릴 때 자는 것이 결국 평온한 삶이라는 생각 들어요.
그래서 삶에 지쳐 내가 평온한 마음이 필요할 때
평온한 고양이들에게 기대게 되네요.
다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이 세상은
그렇게 평온하게만 살아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기에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할지라도,
결혼으로 맺어진 배우자 관계라 해도
조건 없이 온전한 사랑을 하기 어려운 현실 같아요.
사랑만 좇다가는, 생존이 위험해지니까요.
그럼에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경제활동으로 생존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 동식물과 같은 생명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느끼고,
조금씩 키워나가며 나누기 위해 각자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 동물, 식물, 물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어요.
그 대상을 바라보고 당신이 사랑과 애정을 느끼며 그 순간 행복을 느끼고 돌봐줄 수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답니다.
이거저거 피로하게 따지지 않고
나에게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을 찾아
사랑을 받고 나누면서
생존을 위해 팍팍한 현실 때문에 잃어가고 있는 사랑을 조금은 더 키워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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