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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Apr 18. 2024

상대의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경우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 거절하기

저는 거절을 쭈뼛쭈뼛이 아닌 확실하게 하는 편이에요.

차마 제 입으로 '저는 거절을 잘 해요'라고는 말 못 하겠어요.

거절을 '잘'한다는 건 그야말로 모든 상대가 거절당하고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어쨌든 저는 거절하는 것이 마음 불편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까지 거절하는 건 아니에요.

저 다른 사람 부탁 꽤나 잘 도와주는 편이랍니다!

어쨌든 오늘은 제가 어떤 경우에 주로 거절을 하는지, 나눠볼게요.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해야 할 때



1. 해줄 수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할 때


분명 내가 잘 아는 일이고 도와줄 수도 있지만 현재 내 상황이 너무 바쁘고 에너지가 없을 때는 거절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너무 바빠서 그 일을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없을 때 무턱대고 상대를 도와주면,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을 도와주는 일의 결과물도 좋지 않으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짜증 나고 피로해집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안에서 여유가 있을 때 상대를 도와줘야 나 또한 선한 마음으로 진정으로 상대방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부탁을 할 때 내가 상대를 도와줄 여유(시간과 에너지)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아니다 싶을 경우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2. 그 정도까진 안 해줘도 될 것만 같은 부탁을 할 때


5년 전에 다니던 막장 회사(ㅋㅋ)가 있었습니다. 대표님이 매일 자정이 넘어 운전으로 퇴근하시다가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뻔하셔서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법인 돈으로 계약하셨습니다.

경영지원에서 총무 업무도 담당하고 있던 저에게, 대표님은 월요일 9시가 되자마자 손수(그리고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쿠팡에서 고르신 침대, 가구, 커튼, 책상 등등을 구매해달라고 링크를 보내셨습니다.


'아놔~ 대표님 사직인 물건까지 법카로 사는 일까지 해야 하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니어였던 저는 이런 되바라진 생각을 하며 속으로 짜증을 툴툴 내며 법카로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다음 날, 대표님이 메신저로 물었습니다.

"침대 언제 배송 오나요? 배송 확인 좀 해주세요."

"책상 언제 오나요? 배송 확인 좀 해주세요."


두 번은 살짝 짜증이 난 상태에서 해드렸고, 그렇게 세 번째 다른 가구 배송 문의를 하실 때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구매하신 물건을 배송 조회까지 일일이 해드리기 어렵습니다."


대표님께선 "아 넵! 죄송!" 하며 다행히 저의 말을 수용해 주셨고 그 후로는 배송 조회를 요청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후로 얌전히 기다려 배송받으셨네요.

저는 이 대표님을 눈치는 좀 없지만 나름 귀엽고 착한 대표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잘 지내실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기에 그 정도까진 안 해줘도 될 것 같은 일을 부탁하는 경우엔 이런 식으로 거절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거절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그럼에도 부탁한다면 시간과 에너지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선한 마음으로 들어주고, 업무나 일상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여러 번 거절 의사를 표현해서 상대가 자잘한 부탁을 계속하지 않게끔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상대방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부탁하는 것 같을 때


검색을 하면 금방 나오는 것을 알려달라고 한다거나,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 분명한데 나에게 부탁하는 경우에도 잘 거절하는 편입니다. 이런 일을 호의로 계속해 주다 보면 상대방이 너무 당연하게 잦은 부탁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실행이 잘 안되고 입으로만 일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기도 해요.)

그건 검색해 보세요.
그 일은 직접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제가요? 왜요? (가끔 씁니다. ㅋㅋ)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면 상대방 또한 '그러네.'라면서 인식하게 됩니다. 

상대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한데 부탁받았다고 해준다면 상대방의 과제를 대신해주는 것이니 이 또한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4. 잘못된 부탁을 할 때, 무리한 부탁을 할 때


분명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인데 부탁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 어떤 분이 저에게 "마케팅 회사 좀 추천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제가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땐 거절이 아니라 대답을 안 했어요. 잘못 보낸 것 같아서요. 부탁해야 하는 상대를, 그야말로 옛말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죠.



그건 마케팅 쪽에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제 업무 범위에서 너무 벗어나서 제가 하기에는 무리에요.



직장 생활할 때도 가끔 연구원이 해야 할 일, 마케터가 해야 할 일, 대표님이 해야 할 일 등 경영지원인 제가 해야 할 일이 확실하게 아닐 때도 거절하곤 했어요. (중소기업 같은 작은 회사일 수록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여유가 있다면 호의로는 도와줄 수 있지만 직무 그 이상을 넘어가는 업무를 요청할 때는 제가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거절하곤 했어요.








제가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경우 대부분은 이런 경우들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고민하지 않고 부탁을 거절하곤 해요.

그런데 저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대부분 적당한 부탁이라고 생각해서 거절을 하는 경우 보다 도와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저 번지수를 잘못 찾거나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데도 부탁하는 경우에는 시간 끌지 않고 거절하곤 해요.

거절 못 하는 분들은 애매한 표현으로 결정을 미루면서 상대의 기대감을 높이고 시간도 빼앗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절을 했을 때 상대방이 속상하거나 불편했다면 상대방이 바라는 게 과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물론 거절하는 태도가 너무 강하거나 부정적 감정이 느껴졌다면 다른 이야기지만요.)

제가 해줄 수 없는걸 요구해서 거절을 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마음이 불편했다면 그건 상대가 저에게 바라는 게 있었는데 이루어지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명확하게 거절했을 때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건 그 사람의 몫(과제)이니 거절했을 때 그 사람의 기분까지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분명한 거절(나의 과제)을 실천해서 서로에게 애매한 일을 만들지 않으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거절할 때 좋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한다면 이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도 말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거절을 잘 하려면 반복적인 시도가 필요해요.

저도 이런 케이스들에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거절이 나오기까지 많은 힘겨움과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그런데 거절을 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기로 해도 결국 끝날 관계는 끝나더라고요.

예를 들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들어줬고 무리하다가 스스로에 대한 짜증이 나서 상대방이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습관적으로 부탁하는 사람(입으로 일하는 사람)한테 여러 번 당하다가 호구되는 느낌이라 관계가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진짜 건강한 관계는, 부탁을 했을 때 거절을 해도 나를 이해해 주는 관계에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순 없어요. 그러니 모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나를 지키기 위해 거절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게 될 테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시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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