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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Apr 21. 2024

가족과의 관계 소통, 표현의 방식의 문제점

가족 간의 잘못된 사랑 표현 방식

엄마 가족 맞아?



30대 후반 딸이 60대 중반 어머니에게 한 말입니다.

가족마다 다르겠지만, 마흔 언저리가 되면, 

엄마와의 소통에 있어 많이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나에게 어떤 말을 했길래 

나는 저렇게 모진 말을 했을까요?

"엄마, 코코 암이래, 그리고 장이 막혀서 변을 못 싸고 있어서 수술 안 하면 오늘이나 내일도 당장 죽을 수도 있대."

"거봐 내가 그랬잖아. 곧 죽을 거 같다고. 알았어 끊어."


.

"엄마, 가족 맞아?"

대화의 흐름은 이랬습니다.

저의 말에 엄마는 모처럼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아마도 충격을 받으신 거겠죠.

저 또한, 전화를 끊어버리고 나서야 말이 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글을 보는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잘 이해가 안가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제가 마지막에 말한 "엄마, 가족 맞아?"라는 제 입장에선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awareofmyself/223376996033


고양이 암 때문에 3일을 병원 다니며 병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을 듣고 혼자서 전전긍긍했고

고양이가 오늘 내일 당장 죽을 수 있을 정도로 현재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수시로 울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응급상황에 큰 병이다 보니 정말 큰돈이 물 흐르듯 나가고 있다는 것도 저에게 꽤나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암 소견이라 검사 결과 암이라면 항암치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 또한 목돈이 나갈 예정이어서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이날까지도 저는 지인들에겐 연락을 하지 못하고 

최근 가장 연락을 자주 주고받던 코치님

잘 지내던 사촌, 그리고 고양이와 같이 사는 엄마에게만 고양이의 병세를 알렸습니다.

코치님께선 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해 주셨지만 이때는 제가 정신도 없고 마음을 터놓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편한 사람에게 마음을 터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촌은 고양이 소식에 성의 없이 대답하거나 카톡을 읽고도 대답조차 없었고

엄마에게 마음을 기대고 싶어 전화하니 

"거봐 내가 그랬잖아. 곧 죽을 거 같다고. 알았어 끊어."

라는 말을 들었고

저는 "엄마 가족 맞아?"라는 화가 섞인 말투로 말했고

몇 초의 침묵이 흐른 뒤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끊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같이 키우는, 같이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음의 고비를 견디고 있는데

왜 엄마는 아무렇지 않고 나만 아등바등 힘든 건지

함께 힘든 상황을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혼자라는 느낌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거기다 사촌은 무성의하게 대답하고 내 슬픔을 외면하길래 큰 실망을 했습니다.



무성의한 대답과 카톡 보고 슬픔을 외면하는 사촌



이날이 저는 가장 힘든 날이었고 현실 도피를 하기 위해

맥주를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친구, 친척 언니, 코칭 고객, 독서모임 등 

많은 곳에 코코의 수술과 병 소식을 알렸고 

지금의 괴롭고 슬픈 상황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셨던 코치님과 

통화하며 다시 응원과 위로를 받고 현실적인 조언도 얻었습니다. 

(이 코치님께선 자신의 대학원 지인 중 동물의학 쪽 분들 4명에게 제 고양이 상황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신 것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지요.)

또한, 이 코치님께 엄마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가 고양이가 응급 상황이라는 걸 듣고 성의 없이 대답한 이야기를 전하니, 코치님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엄마는, 고양이보다 나무님이 슬픈 걸 더 견디기 어려워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엄마에겐 고양이보다 나무님이 더 중요하니까요.


코치님의 말씀이 진짜일지 모르겠지만, 

이 말씀에 엄마의 말을 크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 말고도 여러 상황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나의 슬픔이 너무 크다 보니 함께 공감할 수 없고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 슬픔을 제대로 듣지 않고 끊으려 하면 제가 어떻게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조금 힘겹더라도 함께 마주하고 슬픔을 표현하며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어쨌든 가까운 사촌과 엄마가 외면한 저의 슬픔을 

동료 코치와 친구, 고객분들께서 위로와 응원을 전해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응원 덕분에 에너지를 얻어 

진심으로 코코를 돌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며 슬픔과 괴로운 감정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https://blog.naver.com/awareofmyself/223398361013



고양이가 수술을 하던 날에

하루 종일 때문에 병원에서 스탠바이 했고 

여러 사람들과 연락하며 마음을 달래고 

혹시나 코코가 수술 중에 떠나진 않을지 하루의 반을 울면서 지냈습니다. 

저녁에서야 코코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고, 

마취에서 깨어난 고양이 면회를 하고 나서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 가족 맞아?"라는 말 이후 엄마랑 대화를 못하고 있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전화로 고양이 수술 잘 되었다고 말하니

"정말 다행이다. 집에 김치찌개 해놨으니 가서 먹어."

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몇 마디 아니었어도 엄마의 진심 어린 말투와 다행이라는 말에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을 김치찌개로 느낄 수 있었어요.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 잘 하지 않는 엄마는, 제가 김치찌개를 해주면 맛있게 잘 먹는다는 걸 아시거든요.



가깝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기대고 싶었는데 카톡을 보고도 무시한 사촌



그 후로 저는 제 카톡을 무시한 사촌과는 

연락이 한번 닿았지만 이미 마음이 크게 상해서 

이제는 연락이 와도 받지 않고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이 사촌이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긴 했지만, 

최근에 저랑 한 약속을 여러 번 함부로 취소하면서 미안하단 말도 제대로 못 들었던 것도 떠올랐고, 

함께한 일에서도 늘 성의 없는 태도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할 때만 전화하거나 연락하는 것에 받아주는 것도 저 또한 나름 불쾌했던 것 같아요. 

제 가족 중 사람이 암이라고 해도 저렇게 반응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이미 쌓인 게 많은 상황에서 크리티컬한 사건을 경험하니 마음이 완전 닫혀버렸어요. 

아마 이 상처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사촌과는 거리가 확 멀어졌지만

이날 이후 엄마는 저와 함께 최선을 다해 고양이 병간호를 하고 계십니다.

제가 바랐던 건, 

혼자서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내고 나누는 것이었거든요.

슬프고 괴로울 때 혼자 애쓰며 이겨내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함께 협력하는 걸 원했어요.

엄마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주고 계세요.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협력해서 

고양이를 돌보니 정말 든든하고

덕분에 고양이가 회복도 잘 해주고 있네요.

암 투병하는 고양이가 집에 있는데도, 

병원비 천만 원 가까이를 쓰고도 집안 분위기는 예전보다 행복 가득합니다.

힘든 일을 함께 겪고 이겨내며 엄마와 고양이, 그리고 응원과 위로해 준 사람들 모두와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현재 크게 아픈 고양이가 집에 있지만, 엄마와 저는 곧 떠날 고양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표현하고 돌봐주며 예전보다 더 에너지 있고 마음 따뜻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진정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표현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대한민국 가족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지나치게 편하게 하거나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대표적인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죠. 

아무래도 사회생활로 먹고살려면 외부에서 인간관계를 하는 것에 큰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는 조금 더 편한 상대(가족 또는 친구)에게 본성대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죠.

가족은 조금 막 대하더라도 서로의 사랑이 기본으로 있다 보니 끊어지지 않는 관계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부딪히고 많이 싸우고 상처 입게 돼요.

핏줄 관계는 그나마 갈등이 많아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데, 배우자 관계는 사랑이 끝나고도 서로 막대하면 경우에 따라 이혼이라는 결과를 얻기도 하고요.

저는 이 부분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남에게 에너지를 많이 쓰느라

가족은 소홀히 대하는 것

가족에게는 말을 조심하지 않는 것

가족이 힘들 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하지 않는 것

이런 것 때문에 집이라는 울타리가 편안하지 않고 갑갑하고 짜증 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는 남에게 에너지를 쓰기 전에

가족을 우선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가족에게 쓸 에너지가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면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더 배려 하고 노력한다면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불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예요.


타인보다 가족이 우선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더 쓴다면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건 당연해요.

모든 일은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사촌은 그야말로 약간의 혈연관계일지언정

사실 끊어져도 이상한 관계는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사촌끼리 잘 지내거나 하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편안하다 보면 이렇게 선을 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러한 일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을 경우 관계가 종료되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나 서로가 필요한 관계고 유지할 이유가 있는 관계라면

가족이라는 이유로 편하다고 잘못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라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마음 써야 하는 게 맞아요.



엄마의 김치찌개는 사과의 의미와 사랑의 의미가 있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함부로 말하고 서로가 사과하고 사랑을 표현한다면

이 또한 올바르지 않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하는 상대방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너무 혼란스럽고, 신뢰하기 어렵고, 힘들 때 기대고 싶지 않으니까요.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에너지를 왕창 쓰고 와서

진짜 가족에게 써야 할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있다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해요.



가족과의 관계와 소통이 불편해서 변화하고 싶다면?



가족은, 분명 남들보다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상대에요.

내가 힘들 때 가장 기댈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가족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족과 남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보니 가족 간에 스트레스가 많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기도 해요.

나약하면 안 된다고 엄격한 훈육을 하거나, 남들에겐 쉽게 하지 못하는 막말을 하거나, 지켜야 할 약속을 어기거나, 그게 뭐가 힘드냐는 둥 서로 심한 말을 뱉으며 싸우기도 하죠.

그래서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가족에게 기댈 수 없어 가족이 아닌 남한테 도움을 받곤 해요.



남보다 먼 가족,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



나도 모르게 너무 편하게 대하다 보니

(가족에게 선을 넘다 보니) 

가족과 사이가 멀어졌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들에게 하는 배려와 따뜻한 표현처럼

남들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처럼

가족에게도 친구나 소중한 지인에게 하는 것처럼 한번 해보세요.


만약 친구가 "고양이가 암이래."라고 했다면

아고 건강했으면 좋겠네.라고 대답하고 그다음 카톡을 무시할 수 있나요?

그런 친구와 오래도록 지낼 수 있나요?

이런 상황이라면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함께 느껴주고 

위로의 말과 잘 될 거라는 응원의 말을 건네면 되는 건데 

이걸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가까운 사이끼리요.

남들에겐 잘 하면서요.



가까운 사이도 매번 이런 식으로 표현을 멀리하고 '이해하겠지.'라며 이해받기만 원하면 멀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나면 명절이 다가오면 본가조차도 가기 싫은 마음이 드는 이유가 이런 이유라고 생각해요.

가족끼리 편안하게 표현하며 제대로 된 소통을 해본 적 없어, 편하지 않고 불편하니까요.


가족이야말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보살피고 의지해야 할 진정한 관계에요.






마지막으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이에요.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가족과 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나와 친하지 않고 나와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은 

가족과도 친하지 않고 진정한 소통이 어려워 가족과 편하지 못하게 지내요.

그러다 보니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사랑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안타깝지만 가족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도 연결이 잘되지 않아요.

이 또한 나와 친하지 않아서 나 자신과 연결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일 확률이 높아요.


나 자신과 친해지고

남보다 가족을 우선으로 표현하고 돌보고 협력하면

타인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어요.

이해할 거라는 생각으로 가족과의 관계에 선을 넘고 무시하고, 

남에 일하느라 바쁘다고 진짜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피가 섞인 가족끼리도 연결이 끊어질 수 있어요.



그러니 표현할 수 있을 때 명확하게 표현하고

곁에 있을 수 있을 때, 곁에 있어주고

의지하고 싶을 때 의지하세요.



가족은 그 어떤 타인보다 소중하고 편안한 존재가 되어야지

꼴도 보기 싫은 관계가 된다면 결국 남보다 못한 사이로, 

명절에도 만나고 싶지 않고, 

부양하는 데 짐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또한 얼마나 슬픈 가요.


언제부턴가 가족과 멀어진 느낌이 든다면 다시 가까워지세요.

다시 가까워지고, 친해져야만 서로가 편하게 지낼 수 있어요.

가까워지고 편해지려면 일방이 아닌 쌍방이 노력해야 해요.

내가 진짜 힘이 들 때, 어떠한 조건 없이 도와줘야 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에요.

그런데 가족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 서로 서먹서먹하다면

어떻게 마음을 기대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라도,

가족을 남들 대하듯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면서

멀어진 사이가 가까워지시길 바라고 응원해 봅니다.



https://blog.naver.com/awareofmyself/223409144901

https://blog.naver.com/awareofmyself/22342074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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