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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Oct 18. 2021

무의식적인 실수

오전에 실수를 했다. 회사 메신저를 보내는데 '개인'에게 보내야 할 내용을 12명이 있는 단톡방에 보낸 것이다. 대화창 옆에 '11'이라는 숫자를 보고 흠칫 놀라 바로 삭제했으나 푸시로 본 사람들이 있긴 할 것이다. 대화 내용에 있는 당사자에게 바로 사과하고 요청받은 일처리를 한 후 괜찮다고 말해준 그분에게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로써 나의 실수는 나름의 종결된 듯싶었다.


오후 업무를 큰 무리 없이 해냈다. 오전에 실수는 나름 잘 대처했다는 생각인지 크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 후 갑자기 그 일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이 그 내용을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 나를 한심하게 생각했겠지.'

'당사자인 그 직원은 괜찮다곤 했지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심하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왜 그때 그렇게 부주의했을까? 왜 이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걸까? 내가 정말 싫다.'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며 괜찮다고 스스로를 억지로 위로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회사에서 이런 실수 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고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엔 어찌 보면 해서는 안될 행동인데 나의 무의식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조금만 신경 쓰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한다는 것에 내가 지금 무언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다소 지쳐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교적 최근에 실수한 경험들을 떠올려보면 스트레스의 강도에 비례했었다. 사실 이 자체도 스스로 깨닫기는 쉽지 않았는데, 실수가 너무 잦아 실수 자체에도 무뎌져 나 자신을 포기하려던 몇 달 전, 누군가에게 실수가 많아 고민이라고 말하니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그냥 스트레스가 심한 게 아닐까요?"


이 말을 들을 땐 '스트레스가 없을 때도 있나' 싶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그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건 사실이다. 이후 스트레스가 좀 해소되었을 때 실수가 사라지고 업무능력도 돌아왔던 걸 보고 그제야 인정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원인을 알면 힘들긴 해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가끔씩 나 조차도 이유를 모르겠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고 그럴 때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도 한다. 이럴 때 항상 오늘처럼 이유를 모르겠는 실수를 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하는 개인 활동들이 즐겁긴 하지만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그럼에도 벌여놓은 활동들을 조금 무리해서 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무의식이 나에게 무리하고 있다고 스트레스의 산물인 실수를 선물한 것 같다.


무의식의 신호를 받았으니 당분간은 좀 편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결국 나의 스트레스가 실수가 되어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그동안 무리한 나를 가만히 편하게 놔두며 여유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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