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차 관리

직장인의 꽃, 연차

by 나무코치

20대 시절을 수많은 알바와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을 잠시 가졌던 나는 '연차'라는 개념의 휴가를 사용해볼 일이 없었다. 내가 근무했던 사립유치원은 그 당시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각각 2~3주 정도 쉬었으니 어찌 보면 직장인 연차인 15일보다 더 쉬었을 수도 있지만, 그 기간 외에 다른 날은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거나 개인 일정으로 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변에 직장인들이 연차 쓰고 놀러 간다는 말을 들으면 어찌나 부러웠던지.




"디어문씨가 연차 관리도 해야 해"


나에게 2달 정도 일을 알려주시던 차장님이 연차 관련 교육자료를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연차 관리? 연차? 오, 이곳은 연차가 있는 회사구나. 자료를 보면서 꽤나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연차는 5인이상 회사면 어디나 있는 것인데 신기해하다니. 2016년이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닌데, 주변에서 연차를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연차 쓰는 게 꽤나 눈치 보이고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쩔 수 없이 연차를 반납하는 경우도 꽤 들었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연차를 쓰는 걸 몇 번 봤었다. 연차라는 걸 쓰게 해주는 회사도 있구나. 그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연차를 쓴다는 게 신기했다.


"저도 연차를 쓸 수 있나요?"

"당연하지, 디어문씨도 직원인데."


오랜 알바신분에서 벗어나 정직원이 된 게 적응이 안되었기 때문에 '내가 연차를 쓸 수 있다.'라는 사실이 어색했었다. 입사 후 2달이 될 무렵 과감하게(?) 샌드위치 연휴에 연차를 쓰고 4일을 쉬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가 않는다.


한 달 일하면 하루 생긴다는 월차의 개념을 예전에 언뜻 들어본 적이 있는데 '연차'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신입들은 연차가 없어서 1년 뒤 생길 연차를 당겨 쓸 수 있다는데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군다나 2년 만근을 하면 1년에 15개가 아니라 16개가 생기고 그 후에 또 2년 근무하면 17개가 생기고...(가산휴가) 근속연수에 따라 연차 개수가 달라지는 것도 너무 복잡했다. (그런데 2018년도 연차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신입연차라는 개념이 생기고 훨씬 더 복잡해졌다.)


입사연차에 따른 가산연차 개수 - 출처 : 인사노무통합솔루션 HANBIZA


어쨌든 어려워도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고, 연차라는 제도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나름 열과 성을 다해 공부했다. 작년에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해선 수당을 지급해야 했는데 회사에서 연차수당을 지급하는 자체도 흥미로웠다. 신입이라 연차가 없어 당겨쓰는 마당에 연차를 안 쓰고 수당으로 받는 게 이득이려나? 라면서 혼자 연차를 아끼네 마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회사에 사용 연차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전자결재 휴가원을 보며 정리하고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연차 개수를 맞췄고 차장님이 공유해주신 엑셀 서식에 잔여 연차를 입력해 수당을 계산했다. 그 서식엔 '월급여 / 209 * 8 * 잔여 연차 개수' 뭐 이런 공식이 있었는데 '대체 이건 뭐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잔여 연차만 입력했다. 그때 수당 지급하던 직원은 나보다 먼저 입사한 모든 직원이었는데 그 모든 직원이 4명뿐이었다. 대표님은 원래 연차 지급대상이 아니고 차장님은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거의 하셨다 보니 사실상 직원이 아니셨다.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연차 개수의 쇼부?를 보는 신입직원인 나의 건방진 태도를 대표님은 꽤 마음에 들어 하셨다.(나에겐 4명밖에 없어서 별 거 아닌 일이긴 했는데..)


첫 회사 퇴사 후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할 땐 (위에서 잠깐 언급한)신입연차(1년미만 연차)가 법으로 개정되었다. 개정 전엔 신입의 경우 연차가 없다 보니 1년 뒤 생길 연차를 미리 당겨 쓰곤 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당겨 쓰지 않고 1년 동안은 1달 만근 시 1개의 연차가 생기고(총 11개) 1년 되는 날 15개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2017년 5월 30일 이후 입사자부터) 회사에 입사한 사람은 1년이 지나면 총 26개의 연차가 생긴다. 물론 이중 15개는 보통 다음연도에 쓰지만 어쨌든 없었던 11개의 연차가 뿅! 하고 생긴 것이다!


이 법이 개정되고 기업은 불리해지고 신입으로 입사하는 직원들은 아주 유리해졌다. 나도 그 당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법의 혜택(?)을 톡톡히 봤고, 의도한 건 아닌데 그 후로 두 번이나 이직을 더 해서 적지 않은 연차를 쓰곤 했다.(나도 진심으로 오래 다니고 싶은데...ㅠㅠ) 그리고 동시에 안 그래도 어려운 연차 관리가 훨씬 더 어려워져 애를 많이 먹었다. 그 회사에선 처음엔 직원마다 추적해서 매달 1개의 연차를 수동으로 생성해주며 미련하게 관리했었다. 그러다 입사 직원이 늘면서 도저히 그렇게는 일이 많아서 방법을 찾아봤는데, 입사 직원이 1년 이상 다닐 것이라는 걸 믿고 일단 11개를 미리 주고 1년 이내 퇴사할 경우 정산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회사에 이 방법을 건의해서 이 방법으로 관리했었다.


이후 제주살이를 다녀오고 세 번째 회사에 입사할 땐(쓰면서도 괜히 부끄), 그 회사에서 쓰던 다우오피스라는 그룹웨어에서 자동으로 한 달 지나면 연차를 1개씩 생성해줬다. 그래서 그냥 법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 편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우오피스도 오류가 종종 있다 보니 주기적 검토는 해야 했다.


세 번째 회사에서는 대표님이 직원들 연차 사용을 장려하셨다. 연차수당을 주지 않으시려는 의지도 물론 있으셨지만 연차 사용에 눈치를 주지 않는다면 나 또한 수당을 안주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표님께 건의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연차 촉진제를 시행하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귀찮았지만(?) 그 일을 꽤나 열심히 했다. 일반 연차 촉진은 7월에 한 번 전직원에게 진행하면 되는데 2020년 3월에 개정된 1년미만 연차(신입연차)는 일반 연차와 다르게 입사일 기준으로 9개월 지난 시점에 촉진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그래도 1년미만(신입)연차 촉진을 통해 신입직원이 9개월 되는 시점에 신입연차와 일반연차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언제까지 신입 연차를 사용해야 하고, 내년엔 몇 개의 일반연차가 생성되는지에 대해 미리 안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연차 교육을 따로 하진 않았지만 입사 9개월에 진행하는 신입연차 촉진을 통해 직원에게 개별 연차 교육을 한 것이다.

* 정리하면 일반연차촉진은 7월에 전자결재문서로 진행하였고 신입연차촉진은 엑셀로 작성해서 출력해서 대면 설명하면서 문서를 전달했다. 신입분들께 신입연차와 일반연차(회계연도기준)의 차이점 등을 본인 연차 숫자로 적용하여 설명해드렸다.



신입연차 촉진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이 자체를 시행하는 실무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시기에 맞춰 문서를 작성하고 보낸다는 게 상당히 번거로우니까. 신입연차촉진을 알아보는 실무자가 이 글을 읽으신다면 그냥 직원을 믿고 남은 연차는 기한을 늘리는 방법으로 서로 협의하는 걸 추천드린다. 그렇게 기한 늘린 연차를 7월에 일반연차와 합해서 촉진하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이 업무를 통해 연차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도 연차업무는 헷갈린다.


4번째 회사에 다니는 지금(읍.. 부끄러)은 내가 하던 실무와 다르게 법이랑 살짝 다른 느낌의 연차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회사 연차가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내가 오기 전 연차 관리하시던 이사님께 대여섯 번은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ㅎㅎ) 법에는 크게 위배되지 않는 것 같은데 정석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 말고 다른 직원들은 모두 이해를 하고 받아들여서 일단은 그대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휴가 사용 독려는 각 팀장님들에게 잔여 연차를 전달하면 팀원들이 연차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해주셔서 예전 회사에 비해 내가 하는 연차 관리가 꽤나 심플해졌다. 기존에 너무 법대로 하다 보니 좀 빡빡한 기분이었는데 요새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업무를 하고 있다.






연차 관리는 노동시간, 임금 등 노동법과 연결되어있다 보니 상당히 복잡하다. 그래도 직장인의 꽃이라 불리는 연차를 관리하는 일은 나에겐 제법 매력적이어서 나름 즐겁게 했던 것 같다. 내가 대표자는 아니지만 직원분들이 연차를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쉼을 통해 생산성을 늘리고 개인의 시간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나에게도 연차는 여행을 떠날 때, 개인적인 쉼이 필요할 때 아주 유용했었다. 연차 사용은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도 같달까.


그러나 내가 그동안 해온 연차 관리는 법과 노무리스크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긴장을 많이 하며 업무 했었다. 정석으로 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한다. 요즘 많은 스타트업에서 '연차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연차 개수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업무와 휴가를 계획하는 것 같다. 법에서 정해져 있는 연차 개수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연차 관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하더라도 큰 문제없어 보인다. 퇴직할 때 생성 연차 개수와 사용 개수를 계산하여 잔여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연차 관리에 크게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다만 연차 촉진은 직원들에게 잔여 연차 개수를 안내해주어 휴가 사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용 연차 내역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서 직원들이 너무 쉬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보는 것도 회사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어떠한 부서에서든 '연차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다면 너무 큰 걱정은 마시길. 일단 선배 직원과 회사에 방식을 따르면 되고 선배 직원이 없다면 그냥 가볍게 3~6개월에 한 번씩 직원들이 사용한 연차 개수 정도만 정리한다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퇴직 시 생성 연차와 잔여 연차를 차감하고 연차수당을 지급할 때는 어느 정도 임금과 연차에 대한 노무 지식이 필요하긴 하다. 또한 직원들이 연차 관련하여 문의를 할 때도 있으니 그럴 때도 노무 지식이 필요하다. 연차 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지만 노무 지식은 틈나는 대로 공부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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