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먹어라."
아버지께서 딸기를 씻어 꼭지까지 떼어내 예쁘게 그릇에 담아주셨다.
식탁에 앉아 딸기를 한 번 쳐다보고, 아버지를 쳐다봤다.
멍하니 앉아 있는 나에게 아버지가 묻는다.
"왜 딸기 안 먹냐?"
이것은 황당인가, 당황인가.
"아빠, 저 딸기 안 먹은 지 16년 됐는데요."
아버지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래? 난 몰랐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의사소통이 꽤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당황스럽다.
가끔 과일을 먹으라고 하실 때나 여전히 못 먹는 카레를 만들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잊어버린 건지 속상하고 답답할 때가 있지만, 그냥 두 분께서 잊어버린 것이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덜 상한다.
피하는 음식은 셀 수 없이 많다.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맛없게 밥을 먹은 날엔 오히려 배가 편하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훨씬 속이 편하다. 게다가 가스가 많이 만들어지는 음식까지
피하다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으면 삶의 기쁨이 사라진 것 같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완치가 되면 아버지께서 딸기를 사주신다고 했다.
며칠 뒤, 아버지는 굉장히 싸게 샀다면 내가 먹지 못하는 양파를 한 자루 사오셨다.
분명 양파를 못 먹는다고 이틀 전에 얘기했는데 말이다.
아버지, 그래도 사, 사,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