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365일. 간식 빼고 하루 세 번 밥을 먹었다면 1년 동안 1,095번.
크론병 진단 이후(입원 기간이 없다 치고) 지금까지 밥 먹은 횟수를 대략 세어보면 17,520번.
왜 식사 횟수를 세어봤을까? 전혀 쓸데없는 일은 아니고 내 몸이 괴로웠던 순간을 세어 본 것이다. 밥 먹을 때마다 공포와 싸운다. 이 음식을 먹으면 또 아플까? 괜찮을까? 화장실은 몇 번이나 갈까? 혈변을 보면 어떻게 하지? 배가 부풀어 오르면? 끼니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일부 환자들은 무척 공감할 얘기겠지만 아무리 가까운 가족도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래전, 귤을 먹고 호되게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생과일은 맛도 보지 않는다. 배가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풍선을 넣은 것처럼 빵빵해졌고, 통증도 만만치 않았다. 귤을 먹고 아프길래 혹시나 '다른 과일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른 과일에 도전했다. 그러나 딸기, 배, 사과, 포도, 토마토.... 모두 실패했다. 실패라 함은 배가 상당히 아팠다는 얘기다. 고통을 감수하고도 먹을 정도라면 가끔이라도 과일 먹는 기쁨을 누리고자 조금 먹어볼 텐데 아주 그냥 호되게 통증을 맛보니 다시는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최근 채소를 조금씩 먹게 되었다. 단, *저포드맵 식품을 찾아 흐물거릴 만큼 푹 익혀 소량만 먹는다. 가끔 '어떻게 다 참으며 먹고 살 수 있냐?' 묻는 이들도 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적고, 많이 먹지도 못하니 굉장히 말랐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놀랍게도 외관상 무척 튼튼해 보인다. 실제로 나를 봤던 사람들은 이렇게 먹는 것치고 상당히 건강해 보인다고 한다(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몸에 좋다는 잡곡을 먹거나 채소, 과일, 고기 등으로 배를 채우면 좋겠지만 잡곡도 고기도 소화하기 어렵다. 흰 죽을 먹을 때 제일 속이 편하나 매일 흰 죽이나 쌀 미음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도 답답하다.
먹을 때 고통스럽고, 열 차례 이상 화장실을 가며 토하거나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한다. 음식이 무서워진다. 끼니마다 공포에 떤다. 매번 의심하고, 아팠던 음식을 깜빡하고 다시 먹을까 봐 냉장고 문에 크게 적어놓기도 한다. 내가 외식을 피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먹어보지 않는 음식은 공포의 대상이며, 입원 생활을 하게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나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하다. 그대들과 일부러 거리 두려 하는 게 아니니 조금만 이해해 주시고, 기다려주시길. 하루 세 번 365일 살벌한 룰렛 게임을 하는 내가 음식에 대한 공포를 때려눕히고, 시원하게 냉면 한 사발 하는 날까지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저포드맵
포드맵(FODMAP)이란, 식이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서 발효되는 올리고당(프럭탄, 갈락탄), 이당류(유당), 단당류(과당), 폴리올(당알코올)을 말합니다. 포드맵 성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대장으로 이동하면서 삼투압작용으로 인해 장관으로 물을 끌어 당겨 장 운동을 변화시키고, 대장 세균에 의해 빠르게 발효되면서 많은 양의 가스를 만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장 운동의 변화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인 설사, 복통, 복부팽만감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 포드맵 (Low FODMAPs) 식사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서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포드맵 고함유식품은 피하고, 포드맵이 적게 함유된 식품들로 구성하여 개발된 식사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삼성서울병원 www.samsunghospital.com )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가 음식을 제한하여 먹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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