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프거나 덜 아프거나

괜찮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지만....

by 고간호사

'아프지 않다'라는 느낌을 잊어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런가. 아프지 않았던 날을 떠올리려 해봐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병원 일, 교대 근무 다 포기하고 기간제 근로자가 되기까지 크고 작은 일을 이고 지고 왔다. 응급 상황에 화장실을 달려갈 수 없었을뿐더러(당연한 얘기) 중환자를 간호하다 배가 아프다며 갑자기 조퇴할 수도 없던 노릇. 근무 중 아프면 결국 동료 간호사들이 내 몫까지 일해야 했기 때문에 매번 부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있던 연차, 병가도 탈탈 털어 쓰지만 어림도 없었기에 병원 일은 내려놓았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부딪히며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 참으로 끔찍했다. 그렇지. 이 표현이 딱 맞다. 끔찍했다.


그렇다고 지금 괜찮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한다. 늘 아프다. 매일 아프다.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라며 놀란다. 통증에 무뎌서가 아니라 어지간한 통증은 표현하지 않고 참아버리거나 통증이 심해질 것 같으면 조퇴해서 얼른 집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를 오래 봐왔던 이들은 간혹 눈치채는데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거나 말수가 없어지면 '증상이 심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한다 했다.


근무 중 점심은 허기만 채울 정도로 적은 양을 먹는다. 대략 종이컵 한 컵 정도의 양이다. 대신 오전 10시, 오후 3시쯤 *뉴케어 100ml를 두 번 챙겨 먹는다. 과식은 안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해도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날을 세어보려 손을 펴봐도 접히지 않는 손가락만 민망하다. 오래전 *생물학적제제를 주사로 맞을 때 피자를 먹었었다. 아마 2009년 2월쯤이었던 것 같고, 두 조각을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땐 아파도 먹을 수 있었는데.... 더 먹어둘 걸, 참 아쉽다.


오늘 조금 이른 출근을 했다. 밤사이에도 통증으로 이리저리 뒹굴다 자정을 넘기고 진통제 두 알 입에 털어 넣은 뒤에야 겨우 잠을 청했다.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출근했고 이제 일을 시작한다. 나의 소중한 밥벌이. 세상 모든 이들이 건강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고통 없는 하루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으니 이 시간을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하고 더 기쁜 날을 보낼 수 있길....



*뉴케어 : 환자용 균형영양식(출처 : 대상웰라이프 홈페이지)

*생물학적 제제 : 생물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의학용 제제.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혈청, 항원, 항체 등의 제품을 말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화학대사전)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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