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간호사 May 27. 2024

더 아프거나 덜 아프거나

괜찮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지만....

'아프지 않다'라는 느낌을 잊어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런가. 아프지 않았던 날을 떠올리려 해봐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병원 일, 교대 근무 다 포기하고 기간제 근로자가 되기까지 크고 작은 일을 이고 지고 왔다. 응급 상황에 화장실을 달려갈 수 없었을뿐더러(당연한 얘기) 중환자를 간호하다 배가 아프다며 갑자기 조퇴할 수도 없던 노릇. 근무 중 아프면 결국 동료 간호사들이 내 몫까지 일해야 했기 때문에 매번 부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있던 연차, 병가도 탈탈 털어 쓰지만 어림도 없었기에 병원 일은 내려놓았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부딪히며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 참으로 끔찍했다. 그렇지. 이 표현이 딱 맞다. 끔찍했다.


그렇다고 지금 괜찮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한다. 늘 아프다. 매일 아프다.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라며 놀란다. 통증에 무뎌서가 아니라 어지간한 통증은 표현하지 않고 참아버리거나 통증이 심해질 것 같으면 조퇴해서 얼른 집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를 오래 봐왔던 이들은 간혹 눈치채는데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거나 말수가 없어지면 '증상이 심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한다 했다.


근무 중 점심은 허기만 채울 정도로 적은 양을 먹는다. 대략 종이컵 한 컵 정도의 양이다. 대신 오전 10시, 오후 3시쯤 *뉴케어 100ml를 두 번 챙겨 먹는다. 과식은 안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해도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날을 세어보려 손을 펴봐도 접히지 않는 손가락만 민망하다. 오래전 *생물학적제제를 주사로 맞을 때 피자를 먹었었다. 아마 2009년 2월쯤이었던 것 같고, 두 조각을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땐 아파도 먹을 수 있었는데.... 더 먹어둘 걸, 참 아쉽다. 


오늘 조금 이른 출근을 했다. 밤사이에도 통증으로 이리저리 뒹굴다 자정을 넘기고 진통제 두 알 입에 털어 넣은 뒤에야 겨우 잠을 청했다.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출근했고 이제 일을 시작한다. 나의 소중한 밥벌이. 세상 모든 이들이 건강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고통 없는 하루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으니 이 시간을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하고 더 기쁜 날을 보낼 수 있길.... 



*뉴케어 : 환자용 균형영양식(출처 : 대상웰라이프 홈페이지)

*생물학적 제제 : 생물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의학용 제제.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혈청, 항원, 항체 등의 제품을 말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화학대사전)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작가의 이전글 먹는 괴로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