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농구를 같이 할 뻔 했던 썰."

<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공감 09 >

by 달여울 작가

스스로 유명인사가 아니라면 누구나 마치 무용담처럼 연예인과의 친분을 얘기하거나 목격한 "썰"들을 이야기 하길 좋아한다. 이러한 "썰"을 푸는 이유에 대해 철학과 심리학적 근거를 들어보면 이렇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는 4가지 우상 중에 '극장의 우상'을 말하면서 '권위'를 가진 것들과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라고 충고했다. 반대로 말하면 연예인은 '극장의 우상'이 될만큼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그 '권위'에 기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후광 효과'란 것이 있다. 일부분만으로 전체를 긍정적으로 비객관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들이 "SKY 대학"에 다닌다고 하면 그들의 학업능력 외에 외모, 인성이나 심지어 예술적인 능력까지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나온 분들이 국회에 모여 종종 '싸움질'도 하고, 뒤로는 '도둑질'도 하는데도 말이다.


나 역시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이런 '극장의 우상'과 '후광 효과'에 기대어 가끔 주변사람에게 그 연예인(실명은 밝히진 않겠지만 농구 좋아하고 유명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가수)과 농구를 같이 할 뻔 했던 "썰"을 푼다.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지고 어쩔수 없이 재수학원을 다니던 때. 공교롭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 학원이 노량진의 어느 재수학원이었다. 학원 '동지'들과 자체 모의고사를 치르고 스트레스 해소를 할 겸 한강공원에 농구를 하러 갔다. 마침 그 분이 당시 공중파 방송의 스타와 팬의 만남을 내용으로 하는 예능을 찍으러 왔다.


"같이 농구를 좀 할 수 있을까요?"


그 분과 방송국 스태프가 먼저 농구를 하고 있던 우리에게 정중하게 제안해 왔다.


"아니요." "저희 티비에 나오면 안 되는데요."


재수생 신분에 한가롭게 농구하는 모습이 티비에 나오면 부모님이 보시고 얼마나 속이 뒤집어지시겠나. 그렇게 다들 뒤로 조금씩 물러 났다.


"아니, 다들 인물도 훤칠하시고 같이 농구를 하면 그림 잘 나올 것 같은데."


그 분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한 번 더 제안을 했고, 우리는 한사코 티비에 나오면 안 된다고 거부했다. 그 날 멀찍히 떨어져서 그가 농구하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사촌동생이 어떻게 그걸 본 건지 연락이 왔다.


"아니야. 잘못 본 거야. 농구는 무슨."


아무튼 그와 농구할 뻔한 썰을 풀면서 혹시라도 그날 그와 농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면 뭔가 다른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그런 내 망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언젠가 그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쓸데없는 인맥을 쌓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거에요."


다른 사람에 기대기 보다는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실력으로 자신을 입장해 보이라는 거다.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 정도로.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건가?


연예인을 만난 "썰"을 푸는 김에 우연히 다른 연예인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나서 대화한 경험을 얘기해 본다. 고향 읍내를 지나다가 평소의 조용한 분위기와 달리 방송 차량과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구경을 하러 갔다.


"무슨 일이에요? 드라마 촬영해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스태프로 보이는 세련된 여성분이 보여서 물어봤다.


"아, 네. 드라마 이름은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이고, 남자 주인공은 ***님인데 아시죠?"

"아, 네. 알아요."

"재미있을 테니까 꼭 보세요."


친절한 대답을 남기고 그녀는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에. 우연히 그 드라마를 홍보하는 방송에서 주인공 여배우가 하는 말을 들었다.


"저는 이번에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드라마 촬영 중간의 쉬는 시간에 차에 뭘 꺼내려고 갔었는데 구경하시던 어떤 남자분이 무슨 드라마냐고 물어보시길래. 드라마 제목과 남자 주인공 이름을 알려드렸죠. 그런데 남자 주인공 *** 배우님은 알아 보시면서 저는 몰라보시는 거에요."


"아, 구경하던 그 분이 연세가 좀 있으셨어요?"


MC가 여배우를 보호하는 멘트를 했다.


"아니요. 제 또래의 젊은 분이셨는데."


그 여배우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전에 나에게 친절한 설명을 남긴 그녀의 모습이 겹쳐졌다. 사실 그녀가 엄청유명한 배우는 아니었지만 드라마에 자주 나올 만큼 인기가 있고, 나 역시 이름을 알고 있던 배우였다. 다만, 그날 내가 촬영 장면에 눈이 쏠려서 그녀를 제대로 못 알아본 것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친절을 다하고, 게다가 '조금 더 노력해야 겠다'라고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마음자세라니. 배울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유명인에 대한 "썰"을 풀면서 그들에게 기대는 '후광 효과'로 시작을 했지만 사실 내가 두 사람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그 누구의 '후광'에도 기대지 말고, 그의 말처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노력해야 겠다는 것이다. 내 자신이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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