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술"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22 >

by 달여울 작가

나는 손기술이 부족한 편이다. 아니 거의 '마이너스의 손'에 가깝다. 어린 시절 집에 티비가 고장이 나면 형은 드라이버 하나로 열어보고 고장난 부분을 찾아서 뚝딱 고쳐내곤 했다. 반면에 나는 티비를 열어볼 생각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 내가 해보는 것은 티비를 쿵쿵 두드려보는 단순하고 무식한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도 다들 그렇듯이 놀거나 공부하기 바빠서 특별히 공구를 다뤄볼 일은 거의 없었다.


결혼 이후에 손기술의 부족은 생활하면서 여러가지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한번은 신혼집의 커튼을 달아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드릴로 못을 박을 구멍을 뚫지 못해서 양면 테이프로 커튼을 임시로 붙여 놨다. 며칠 뒤집들이 날에 그 방에서 잠을 자던 형과 형수는 한밤중에 떨어진 커튼에 화들짝 놀라서 깨야만 했다. 그외에도 세면대가 막힐 경우에도 꼭 수리하는 사람을 부르거나 근처에 살고 계신 장인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반면 아내는 나처럼 똑같이 처음 사용해보는 드릴, 스패너 또는 드라이버 같은 공구들을 잘 다룬다. 내가 버벅거리고 있으면 아내는 배달 온 가구의 조립도, 세탁기의 급수 호수의 연결도 문제없이 뚝딱 잘 해 낸다.


"우리 서로 역할이 좀 바뀐 거 같은데.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고 생활의 지혜는 안 배웠나봐?"


아내는 옆에서 당황해하거나 어쩔줄 몰라서 손을 놓고 있는 나를 이렇게 놀리고는 한다.


"학교에서 이런 건 배우지 않은 걸 어떡해. 그리고 남자라고 고치는 거 다 잘 하는 건 아니야."


나는 아내에게 변명처럼 학교에서의 기술 교육의 부재와 남자의 역할에 대한 성적인 고정관념 등을 말해본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학교나 책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들에 대해 좀 서툰 편이긴 하다. 최근에 나는 손기술에서 '마이너스의 손'을 탈피하고자 여러가지 도전을 했다. 차의 와이퍼와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는 쉬운 것부터 내 나름대로 뿌듯하고 보람 있었던 집의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한 일까지.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용기를 내고, 시간만 투자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내 옆에는 유튜브라는 친절한 선생까지 있으니 말이다.


또 다른 용기를 낸 것은 캠핑을 시작한 일이다. 이제는 복잡한 텐트와 타프도 제법 능숙하게 잘 치고, 토치가 없어도 불을 잘 피운다. 사실은 토치는 사용해 본 일이 없어 어설프게 쓰다가 불을 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다.


이렇게 내가 해 보지 않은 새로운 부분, 특히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도전하는 것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용기와 시간을 낸다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최근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못 했던 '글쓰기'에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글쓰기도 손으로 타자를 치는 것이니 손기술일까? 아니면 진득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쓰니까 엉덩이 기술?

아무튼 나는 조금 더디기는 해도 내 속도에 맞춰서 작은 것부터 새로운 도전들을 계속하기로 마음 먹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