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박스 안에 가지런히 놓인 홍시들이
저녁노을을 먹고 붉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가을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그 감들은
성적표에 몰래 도장을 찍다가 들켰던 날
돌아온 무서운 호통처럼 날 것이었는데
외투에서 떨어진 돈으로 과자 사먹던 날
자식들 잘 되라고 마음으로 내리치시던
회초리처럼 아리고도 떫은 맛이었는데
대학에 떨어지고 방안으로 움츠려 들때
돈을 쥐어 주시며 괜찮아 바람 쐬고 와
하시던 단단한 모습인 줄로만 알았는데
되돌아보니 달콤하게 홍시들을 익힌 것은
저녁노을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