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25 >
"동전이 또 한 움큼 생겼네."
"그러게.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동전을 좋아하지?"
나와 아내는 일본에서 물건을 사면서 지폐를 내고 거스름으로 받은 동전으로 금방 두둑해지는 동전주머니를 보면서 같이 궁금해 했다.
"일본인들은 잦은 자연재해 때문에 동전을 선호해요. 재난이 발생하면 자판기에서 물이나 먹을 것을 살 수도 있고. 이들에게는 카드보다는 현금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죠."
일본에서 오랜 사셨다는 경험이 많은 여행 가이드 님의 설명에 우리 부부는 비로소 납득이 됐다.
우리도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버스를 타거나 공중전화를 걸 때,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 동전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많던 동전은 어디 갔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나 카드나 핸드폰 페이로 결재가 가능하다. 그리고 현금만 받는 곳은 계좌이체를 하면 되니까 외출할 때 지갑을 집에 놓고 갈 때가 많다. 그래서 예상치 않게 현금이 필요하면 당황할 때가 있다.
한번은 어느 절에 갔는데 입구에서 주차비와 입장료를 현금으로만 받았다. 계좌이체도 안 받아서 난감했다.
나처럼 집에 지갑을 두고 온 아내도 같이 당황하는 사이에 큰 아이가 주머니에 있던 현금을 꺼내 건네주었다.
오백원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세차장에 갈 때도 지갑에 찾아 놓은 현금이 없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은행까지 가서 ATM기에서 현금을 찾아와야 했다.
최근에 현금이 없어 가장 당황했던 적은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다. 지갑은 집에 두고 왔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없었는데 유일하게 자판기로 컵라면을 팔고 있었다. 다행히 카드와 현금 결재가 동시에 가능해서 핸드폰 케이서에서 카드를 빼서 자판기에 꽂았다. 그런데 '이럴수가' 카드 결재가 되지 않았다.
외부 식당까지 다녀 오려면 차를 움직여야만 했고, 오고 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 맞아. 세차하고 남은.'
그 순간에 얼마전에 세차하고 차에 남겨 놓았던 동전들이 생각났다. 나는 차 운전석의 서랍안을 탈탈 뒤져서 동전들을 찾아냈고, 컵라면 한 개를 샀다.
'아 그 뿌듯함이란.'
고대인은 물건거래에 조개를 사용했고, 최근 값이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금도 오랜기간 거래의 수단이었다. 동전, 지폐 등 현금의 역사도 길다. 그런데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실물들이 아닌 신용카드와 페이가 결재 수단이 된 것도 신기한데 사이버에서 존재하는 가상화폐까지 거래수단이 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참 놀랍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추상적 개념으로 작동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에서 촉발한 '인지혁명'에 대해 말했다.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 돈, 신 또는 국가 등과 같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문명을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만이 상상으로 가능한, 사람들 간의 믿음으로 만들어 놓은 결재수단들은 사용하기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이나 사람들의 믿음이 무너질 때마다 덮쳐오는 공포에도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가치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를 보라.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만약 내일부터 가상화폐는 사용 안 한다고 한 마디만 해도 한 순간에 가상화폐는 그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아무튼 나는 도서관 컵라면 사건 이후로는 만약을 대비해서 차 안에 지폐를 조금 보관해 놓는다.
"역시 내 눈 앞에 보이는 현금이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