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24 >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A, B, AB, O형 네 명이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독특한 성격으로 알려진 AB형이 갑자기 밥을 먹다말고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B형은 자기중심적이라서 AB형이 뛰쳐나간 일에는 신경 끄고 계속 밥을 먹었다.
"내가 따라가 볼게." 옆에 있던 O형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라서 AB형을 쫓아서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쭉 말없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A형이 소심하게 한 마디 했다.
"혹시 나 때문이야?"
최근 몇 년동안 MBTI가 유행하면서 공감형인 F와 사고형인 T의 상반된 모습이 비교되면서 거론되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대문자 T로 오해받기 쉽다.
A형이자 INFJ인 나는 내 성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혈액형 얘기가 유행일때는 스스로 A형을 넘어서는 '트리플 A형'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심하고, 말이 별로 없으며 유머도 부족한 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낯을 많이 가리고 사교적인 편은 아닌데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성격은 어떻게,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성장 과정에서 가정 또는 학교에서 경험하게 되는 환경적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내 경우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유난히 엄격한 편이셨다. 그래서 삼남매 중 나와 형의 성격은 소심한 편이다.
그런데 똑같이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커도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오빠들과는 정반대로 여동생의 성격은 매우 사교적이고 외향적이다. 딸이라서 물론 나와 형보다는 아버지로부터 조금 덜 혼나고 '특혜'를 받은 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그것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을 해 본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나서서 말을 먼저 건네 보려 한다던가, 발표 기회가 있으면 자원을 한다던가. 하지만 크게 내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종종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술기운을 빌려서 소심하거나 소극적인 성격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나 역시 가끔 술자리에서 본래 성격을 벗어던지고 사람들에게 실없는 농담도 하고, 다른 사람 앞에 과감하게 나서기도 한다. 물론 다음날에 술이 깨면 본래내 성격으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고 어제의 행동에 대한 뒤늦은 부끄러움과 후회가 몰려온다.
사회 생활을 하다가보면 필요에 따라서 내 성격과는 달리 사교적인 척 할 때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직장에서 봤던 분들 중에도 상황에 따라 내가 알고 있던 본래 성격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 분의 본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른들은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씀을 종종 한다. 이 말은 사람이 원래 타고난 성격과 기질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나는 소심한 내 성격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심한 만큼 일과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편이다. 이런 성격은 업무처리나 대인관계에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말이 별로 없고, 유머감각이 부족해서 재미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을 잘 하는 편이라서 사람들은 나를 신뢰하고, 나에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담을 많이 한다.
이렇게 내 성격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단점만큼이나 반대로 장점도 많다. 그러니까 내 성격의 장점은 최대한살리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면서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고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