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훅 지나가면"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35 >

by 달여울 작가

"애들 잘 때가 제일 예뻐요."

"집에서 있을 때보다 회사에 나오는 게 더 편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그렇죠. 애들 키우는 게 쉽지 않아요. 그것도 일을 하면서 같이 육아와 가사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나 역시 그들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한다. 양가 부모님 모두 일을 하시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애들 둘을 어릴 때부터 오롯이 둘이서 키워야 했다.


밤 9시나 10시까지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운 뒤에 회사에서 싸 온 일들을 할 때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로 예쁜 아이들이지만 떼를 쓰거나 힘들게 하는 날에는 잘 때가 더 예뻐 보였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에 있을 때더 편한 시간들이 있었다.


"시간이 좀 훅 지나가 버렸으면."


그래서 정말 힘들었던 어떤 날에는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애들이 좀 많이 크면 덜 힘들겠지 하고.


"제제 분들 결혼도 다 하셨으니 이제 걱정이 없으시겠어요?"


"아니 애들 결혼만 시키면 이제 아무 걱정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손주들 생가니까 또 신경 쓰이고 그래."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직장 동료분께 진심으로 부러워서 말을 했더니 되돌아온 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아! 자식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는 거구나.'


그 분의 말을 듣고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내와 자식이 없으면 어떻게 행복을 알 수 있을까?"

"아내가 있으면 아내가 있어서 근심하고, 자식이 있으면 자식이 있어서 걱정한다."


악마가 농부에게 가족이 있음으로 인한 행복을 말하자 부처님이 집착을 떨쳐내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가족은 근심과 걱정거리가 된다라고 말한다.


악마와 부처님의 말처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자식 때문에 행복하지만 자식 때문에 걱정을 하는 하루를 살아간다.


나도 젊은 회사 동료들처럼 시간이 훅 지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커서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춘기의 두 아이를 보면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한참 어떤 말을 해도 예쁘고 귀엽던 때와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안기던 그 때가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나면 함께 식사를 하고, 학교와 인기 가수들 얘기를 함께 나누는 지금의 이 시간들이 그립겠지.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는 푸쉬킨의 시의 한 구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