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와 복권 사이

by 달여울 작가

전단지와 복권 사이


SNS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만 산다

근사한 식당에서 하루 걸러 외식이고

일은 언제하는지 이틀 걸러 여행인데

어떻게 알고 가는지 경치도 절경이다


현실 세계에는 불안한 사람들만 산다

한 쪽 가슴에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반대쪽은 일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살아

빛바랜 훈화를 던지고 퇴근한 부장님도

퇴근길에 복권 몇 장을 가슴에 품는다


보여줄 수가 있어서 행복한 행복들은

SNS와 프로필 사진들에 넘쳐 흐르고

세상의 수많은 바람과 불안과 허기들은

아파트 현관문에 덕지덕지 매달려 있다


뼈만 빼고 살은 싹 다 빼 드립니다 ㅇㅇ헬스

SKY 바라만 보지말고 지금 등록하세요 ㅇㅇ학원

교통과 명문학군 단 하나의 주거명작 ㅇㅇ아파트

엄마는 날 낳고 원장님 날 만드시니 ㅇㅇ성형외과

둘이 먹다 너무 맛있어서 둘 다 죽는 ㅇㅇ 족발


SNS를 닫고 작은 손을 내미는 행복들과 악수한다

목청 좋은 전단지들은 구겨서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또 다른 퇴근길에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과 마주쳤다

그가 남긴 온기 한 장과 동네 사장님의 바람 한 장

한 장 붙일 때마다 오십원이라는 쓰레기통 구석에서

쭈그리고 있는 전단지를 펴서 재활용함에 넣는다


오늘도 왼쪽 가슴에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만지작거려서 피로한 손 때 묻은 사표가

오른쪽 지갑에는 전단지 만큼 말이 많은

복권 몇 장이 꾸깃하게 몸을 접은 채로

대체 네 꿈이 뭐냐고 아우성치고 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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